남중국해 섬 ‘점령’한 필리핀 청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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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해경과 대치하다 헤엄쳐 상륙… 필리핀 국기 꽂고 무사히 돌아와
中 “영토주권 존중하라” 경고

중국이 실효 지배하는 남중국해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에 필리핀 청년들이 상륙해 필리핀 국기를 꽂았다. 중국은 필리핀 측에 중국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라며 반발했다.

14일 중국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청년단체 ‘자유는 우리의 것’ 소속 회원들은 필리핀 독립 118주년인 12일 오전 어선을 타고 스카버러 섬에 접근했다. 필리핀인 15명과 미국인 1명 등 회원 16명은 전날 오후 늦게 작은 어선을 타고 필리핀 북부 삼발레스의 한 항구를 출발했다.

필리핀 청년들이 탑승한 어선이 12일 오전 7시 반경 스카버러 섬 근처에 도착하자 중국은 해안경비대 소속 쾌속정 2척을 급파해 이들의 접근을 막았다. 필리핀 어선과 중국 해경선은 4시간가량 대치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카버러 섬에 상륙해 필리핀 국기를 꽂는 데 성공한 필리핀 청년들이 12일 주먹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출처 홍콩프리프레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카버러 섬에 상륙해 필리핀 국기를 꽂는 데 성공한 필리핀 청년들이 12일 주먹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출처 홍콩프리프레스
독립기념일에 맞춰 스카버러 섬에 필리핀 국기와 유엔기를 꽂기 위해 왔던 필리핀 청년 5명은 이날 오전 11시경 깃발이 들어 있는 가방을 메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중국 해경선은 물대포를 쏴 이들이 스카버러 섬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일부는 가방과 카메라를 빼앗겼으나 2명은 중국 해경선을 우회해 섬 외곽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상륙 직후 스카버러 섬에 필리핀 국기를 꽂았고 이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필리핀 청년들은 이날 낮 12시 반경 스카버러 섬을 떠나 이튿날인 13일 오전 3시경 처음 출발했던 삼발레스의 항구로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 이들은 “중국이 영토 주장을 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황옌다오는 중국의 고유한 영토”라며 “우리는 필리핀 측이 중국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고 도발 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필리핀 해안에서 230km 떨어진 스카버러 섬은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이나 중국과 필리핀 간 영토 분쟁 지역이다. 필리핀은 중국의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에 항의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으며 수주 내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는 산호초를 중국이 갑자기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스카버러 섬을 매립해 군사시설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연내에 이곳에 활주로 등이 포함된 전초기지를 만들어 미국과 필리핀 간 군사 공조에 대응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남중국해#필리핀#중국#국기#스카버러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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