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23일(현지 시간) 실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 기준금리를 현행 0.25∼0.50%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재닛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의 한 요인이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라고 밝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어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나라는 영국과의 무역 금융 연계가 낮아 상대적으로 브렉시트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정치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는 브렉시트의 영향을 영국과의 무역 문제 정도로만 보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뒤 EU와 새로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지 못할 경우 2030년까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2%까지 손실이 예상된다. EU도 역내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과 EU의 경제적 손실에 따라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요동치면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경제적 손실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개방과 통합을 추구하던 자유시장경제적 흐름이 꺾일 경우 발생할 국제정치의 변화를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올랜도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테러 이후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 여론이 반대를 앞지르는 역전극이 벌어졌다. EU의 이민 정책으로 테러리스트들이 유입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피해의식도 팽배해 있다.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 쪽으로 나온다면 주류 정치권과 경제사회적 기득권 계층에 대한 ‘대중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주류 세력의 반대를 뒤엎고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영국같이 개방을 선도했던 나라가 고립주의, 국수주의의 길로 가는 것이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일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작년 총선에서 보수당 내 반(反)EU 세력을 달래고 같은 우파 성향인 독립당의 약진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그 덕에 총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자승자박이 됐다. 정치적 목적으로 내건 포퓰리즘 외교 공약이 자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반미(反美)면 어때”를 외쳤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미 관계가 왜곡된 적이 있다. 외교든, 경제든, 복지든 표만 노리고 국익은 도외시하는 포퓰리즘은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브렉시트는 경제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통합과 협력을 지향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성장했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했던 정신적 물적 토대가 바뀔 수도 있다. 미리 내다보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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