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임기를 마치는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53)가 3년 임기를 마친 뒤 2년 가량 연임하는 관례를 깨고 학계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라잔 총재와 인도 정부와의 갈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RBI에 따르면 라잔 총재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정부와 논의한 끝에 9월 4일 임기를 마치면 학계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라잔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경제통으로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만모한 싱 전 총리 시절인 2013년 9월 RBI 총재에 취임했다. 취임 당시 두 자릿수였던 인플레이션율을 올해 2월 5.18%로 크게 낮췄고 루피화를 안정시켰으며 부실채권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 경제성장률이 올해 1¤3월 7.9%를 보인 것도 라잔 총재의 안정적인 재정정책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인도 정부와 여당인 인도국민당에서는 라잔 총재가 안정성에 몰입해 금리 인하 등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경제통’ 수브라마니안 스와미 인도국민당 의원은 최근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2차례 서한을 보내 “라잔 총재가 고금리를 고수해 중소기업 불황과 대량 실업사태를 일으킬 것”이라며 해임을 요구했다. 후임으로는 우르지트 파텔 RBI 부총재, 아룬다티 바타차리아 SBI은행 의장,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 재무부 수석경제보좌관, 샥티칸타 다스 재무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라잔 총재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조국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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