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 D-3]
동정론 커지고 부정적 영향 부각… 여론조사서 잔류 45%-탈퇴 42%
IMF “탈퇴땐 英경제 0.8% 위축” 캐머런 총리 “국민투표 예정대로”
살해범 “내 이름은… 반역자에 죽음”
《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를 결정짓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국 내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1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EU 잔류가 탈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EU 잔류를 외치다 16일 극우주의자의 손에 피살된 노동당 소속의 여성 하원의원 조 콕스에 대한 동정론과 탈퇴 이후 경제적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7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에 대한 여론 추이와 향후 영국의 행보에 대한 전망을 짚었다. 》
英여론 흐름 바꾸는 ‘콕스 쇼크’… EU잔류로 민심 이동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외치던 조 콕스 하원의원(노동당)이 16일 피살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EU 탈퇴 의견을 앞서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불과 사흘 앞두고 여론 흐름이 ‘탈퇴’에서 ‘잔류’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이 17, 18일(현지 시간)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5%로 EU 탈퇴를 지지한다는 응답(42%)보다 3%포인트 앞섰다. 콕스 의원이 피살되기 하루 전인 15일 발표된 서베이션 조사에서 EU 탈퇴가 잔류에 3%포인트 우위였다. 이번 조사는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16, 17일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잔류 44%, 탈퇴 43%로 잔류가 근소하게 앞섰다. EU 탈퇴가 7%포인트 앞섰던 13일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뒤바뀐 결과다. 영국 내 최대 베팅 업체인 ‘베트페어’는 EU 잔류 가능성을 18일 현재 65%로 제시했다.
유고브는 최근 브렉시트 반대, 즉 EU 잔류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해 콕스 의원 피살에 대한 동정론에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2017년 영국 경제가 0.8%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탈퇴 땐 2019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5%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영국이 EU에 남으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사라져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7일 CNBC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시)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콕스 의원 피격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영국 경찰은 18일 용의자인 토머스 메어(52)를 살인과 상해, 총기 및 흉기 소지 혐의로 기소했다. 메어는 이날 오후 런던 웨스트민스터 형사법원에 출석해 자신의 이름을 묻는 법원 관계자의 질문에 “내 이름은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고 답했다.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한 콕스 의원을 반역자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메어가 범행 전날 밤 버스톨에 있는 대체 요법 기관인 ‘버스톨 웰빙센터’를 찾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인터넷에서는 피살된 콕스 의원을 기리는 모금운동에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콕스 의원의 친구들과 가족이 만든 크라우드펀딩 페이지가 이날 개설 9시간 만에 20만 파운드(약 3억3500만 원) 이상의 성금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영국은 23일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하고 19일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중단됐던 찬반 캠페인을 재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국민투표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EU 탈퇴를 선택하는 것은 10년간 영국을 쇠약하게 하는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 독립당 당수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도 TV에 출연해 각각 찬성과 반대 연설을 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국민투표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영국 언론들도 잇따라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더타임스에 이어 보수 성향의 일간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인 ‘메일 온 선데이’와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가 18일 영국의 EU 잔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선데이타임스’와 ‘선데이텔레그래프’, 일간지 ‘더 선’은 독자들에게 EU 탈퇴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한 EU 주요 회원국 지도자들의 막판 호소도 절박해지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은 1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영국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해협에 있는 ‘건지 섬’처럼 세계에서 보잘 것 없는 나라로 전락하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전 총리도 이날 현지 뉴스 방송 SkyTG24에 “브렉시트 투표는 완전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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