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에 의해 억류돼 조사를 받고 돌아와 관련 사실을 폭로해 ‘홍콩 자유 수호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퉁뤄완(銅羅灣·코즈웨이베이) 서점’ 점장 린룽지(林榮基·람윙키·61)씨가 동료들의 상반된 진술로 ‘진실 공방’에 내몰리고 있다. 린 씨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의혹을 폭로한 뒤 홍콩으로 도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변호를 맡았던 알버트 호(何振林) 입법위원 겸 변호사에게도 ‘SOS’를 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린 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광둥(廣東) 성 선전(深¤)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연행돼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와 광둥 성 샤오관(韶關)에서 8개월간 가족과 연락도 끊긴 채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 14일 홍콩에 돌아왔다.
린 씨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12월 ‘실종’됐다가 올해 3월 나타난 서점 대주주 리포(李波) 씨가 하루 전날 자신과 만나 “중국 당국에 의해 홍콩에서 강제로 역류돼 대륙으로 연행되어 갔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리 씨는 린 씨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린 씨는 지난 2월 말 펑황(鳳凰)TV 인터뷰를 통해 대륙의 독자들에게 금지된 책을 판매한 것은 잘못이라며 참회한 것은 중국 당국이 써준 대로 읽은 것뿐이었다고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하지만 린 씨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후(胡·37)씨는 친중국 신문 싱다오(星島)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속이고 대륙의 독자들에게 금지된 책을 우편으로 보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린 씨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과 달리 중국 당국이 그에게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게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린 씨는 회견에서 닝포의 한 건물 독방에 갇힌 뒤 “가족과 연락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인 도움을 받는 등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에 지난해 10월 억류됐다가 올해 3월 돌아온 서점 동료 뤼보(呂波) 장즈핑(張志平) 씨도 자신들이 2월 TV 앞에서 거짓으로 잘못을 고백했다고 린 씨가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싱다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장 씨는 “린 씨가 그렇게 부정직한 사람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린 씨의 폭로 이후 18일 홍콩 시민 수천 명이 중국 당국의 홍콩 출판업자 불법 구금 의혹에 대한 진상을 요구하는 거리행진을 벌이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린 씨는 ‘중앙특별사건조(中央全案組)’에 의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조는 중국 공산당이 구성하는 특별조사팀으로 임무에 따라 반부패 부처 간부와 고위 경찰관, 군 장성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린 씨는 ‘홍콩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변 안전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털어놓기로 했다고 밝힌 뒤 항위 시위에 앞장서는 등 ‘홍콩 자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서점 동료들이 상반된 진술을 함에 따라 자신의 8개월간의 억류 생활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니포스트(SCMP)가 20일 전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당초 억류했던 5명의 서점 관계자 중 올해 9월에서 12월 사이 태국 파타야에서 연행한 구이민하이(桂敏海) 씨 한 명만 감옥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석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구이 씨는 지난해 10월 ‘실종’된 후 5명 중 유일하게 아직 대륙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린 씨는 자신이 닝보에 5개월가량 억류돼 있을 때 자살도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린 씨는 자신의 동료나 여자친구 등의 반박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지는 않고 있다. 그럴 경우 동료나 여자친구, 그리고 그 친척들에게까지 불리한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SCMP는 전했다.
호 변호사는 “린룽지 폭로 후 그의 서점 동료나 여자 친구 및 친척들에게 중국 당국이 가할 엄청난 압력을 생각하면 그들이 린룽지를 공격하고 나서는 것은 이해가 갈만하다”며 “누구의 말이 맞는 지는 상식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20일 “린룽지의 상황은 스노든이 폭로 후 러시아에서 도망 생활을 하는 것처럼 ‘폭로자의 시련’을 겪는 중”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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