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로 가는 탯줄 끊길라” 마음 졸이는 亞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英 브렉시트 투표 D-1]
英 탈퇴땐 홍콩 가장 큰 타격… 中도 ‘금융 교두보’ 전략 차질
영국에 공장 세운 日 업체들 “관세 부활되면 유럽공략 힘들어”
印 기업인들 ‘잔류 촉구’ 공개서한

“많은 아시아 기업에 영국은 인구 5억 명의 유럽연합(EU) 시장으로 가는 탯줄과 같다. 만약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가면 탯줄이 끊기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아시아 각국과 기업들이 느끼는 브렉시트 불안감을 이렇게 전했다.

일본의 히타치는 지난해 9월 영국 북동 더럼의 뉴턴 아이클리프에 8200만 파운드(약 1397억 원)를 투자해 ‘히타치철도유럽’ 공장을 세웠다. 영국에 투자한 가장 큰 이유는 영국이 EU 회원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이 EU 회원국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히타치의 유럽시장 공략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 북부 선덜랜드에 연 50만 대 생산규모의 공장이 있는 닛산자동차 역시 23일 실시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현재 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80%가 EU 회원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럽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10% 관세가 붙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닛산의 로고를 브렉시트 홍보 전단에 사용한 것을 알게 된 닛산은 바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브렉시트 지지 단체인 ‘보트 리브(Vote Leave)’는 브렉시트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라고 촉구하는 전단에 닛산 도요타 에어버스 등 5개 기업의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 문제의 전단은 ‘주요 기업들은 국민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영국에 남겠다고 밝혔다’는 메시지도 함께 실었다. 기업 엑소더스와 실업 문제를 걱정해 브렉시트에 반대하지 말라는 선전이었다.

프랑스와 미국 다음으로 영국에 투자를 많이 한 인도의 기업들도 브렉시트 가능성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영국 럭셔리 자동차 회사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한 타타자동차는 최근 인도와 영국의 기업인 80여 명과 함께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인도가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 영국”이라며 EU 잔류를 촉구했다.

브렉시트로 중국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대(對)영국 수출 비중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0.5%에 불과해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세계적인 금융허브 런던을 EU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중국의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런던에 위안화 역외거래 허브를 세우기로 하는 등 영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 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은 번영되고 통일된 EU를 바라고 영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홍콩이 과거 영국의 식민지로 무역 투자 금융 등에서 가장 많이 영국에 노출돼 있어 아시아에서 브렉시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브렉시트#eu#영국#투표#중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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