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핫이슈로 떠오른 ‘차베스 망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03시 00분


제3당 극좌 ‘포데모스’ 약진 전망… 黨대표, 남미 좌파정권 자문 전력
우파 “베네수엘라 전철 밟나” 공세

‘잘못하면 스페인도 베네수엘라처럼 된다.’

26일 총선을 앞둔 스페인에서 ‘베네수엘라’가 키워드로 등장했다. 집권당인 국민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가 극좌파 정당인 포데모스(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란 뜻)를 상대로 ‘실패한 베네수엘라 전철을 밟으려 한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2011년 남유럽 경제위기를 계기로 설립된 포데모스는 현재 스페인의 제3당이다. 최근 실업난 등으로 여당과 기존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포데모스 쪽으로 기울고 있다. 포데모스가 이번 총선에서 197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민당과 중도 좌파인 사회당 양당 구도를 깰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우파의 발등에 불이 붙은 것이다.

우파는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치학자 출신인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오랜 기간 남미 좌파 정권의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1999∼2013년 집권)의 정책자문역을 맡았으며, 중남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차베스 노선’을 따랐던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의 정책자문도 했다.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학자 시절엔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소에서도 근무했다. 포데모스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생 중도우파 정당인 시민당의 알레르트 리베라 대표는 “다른 나라 정부 돈으로 정당을 운영한다는 건 비도덕적인 행태”라며 “포데모스는 사실상 베네수엘라에서 형성된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우파는 베네수엘라의 비참한 경제 위기 실상을 알리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선봉에는 TV 앵커 출신 릴리안 틴토리가 있다. 2014년 2월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반대하다 수감된 정치인 레오폴도 로페스의 부인이다. 틴토리는 유세 현장과 보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

NYT는 포데모스가 베네수엘라와 거리를 두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스페인#차베스#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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