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원내 다수인 공화당을 상대로 총기규제 입법을 촉구하며 22일 오전 11시 반부터 의사당 안에서 이례적으로 무기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인 올랜도 테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20일 상원에서 총기규제 관련법 4건이 공화당 반대로 부결된 데 이어 하원에서도 총기규제 관련법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지 않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밤 12시를 넘겨 23일 오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이번 연좌 농성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1960년대 셀마 몽고메리 참정권 운동 행진을 주도했던 존 루이스 하원의원(76)이 이끌고 있다. 루이스 의원은 22일 오전 11시 반경 동료 의원 40여 명과 함께 하원 의사당에 입장해 “무고한 이들의 피와 죽음에도 귀를 닫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이 비탄의 눈물을 흘려야 결정을 하겠는가”라며 총기규제 입법을 호소했다. 그러더니 그대로 의사당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들이 추진하려는 법안은 이른바 ‘no fly, no buy’(테러 용의자 등 입출국 금지 대상자의 총기 구매 금지) 법안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기습 연좌 농성을 시작하자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22일 오후 1시경 휴회를 선언했다.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의사당을 떠나라고 요구했지만 농성 의원들은 한때 100여 명까지 늘었다.
라이언 의장이 휴회를 선언하자 농성을 생중계하던 의회전문 케이블채널 C-SPAN이 현장 카메라 촬영을 중단했다. C-SPAN 측은 “의회 내 카메라 운영권은 의회가 갖고 있는 만큼 휴회 선언이 내려진 의사당을 중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성 상황은 현장에 있는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찍은 동영상을 통해 페이스북 등에서 중계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가 가장 필요할 때 총기 폭력에 대한 반대 운동을 루이스 의원이 이끌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도 농성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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