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XIT/英 EU 탈퇴 글로벌 쇼크]영국 내 EU 출신 근로자 수 220만 명
美 대선구도에도 큰 파장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가장 반긴 미국인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24일(현지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있는 본인 소유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의 재개장식에 참석해 “아주 잘된 일이다. 이제 영국은 다시 주권을 찾았다”고 평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CNN 등 외신들이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최근 주춤하고 있는 여론조사 지지율과 유권자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기 테러 뒤 무슬림에 대한 과도한 비판으로 트럼프 지지율은 최근 적잖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이를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영국의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국민투표 기간 내내 주장한 ‘영국 우선주의(Britain First)’가 먹혀들어간 것처럼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공감대를 넓혀 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EU와 결별한 것처럼 트럼프도 다양한 국가들과 체결했던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전면 재검토를 내세우며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 왔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같은 다른 유럽 주요국에서도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EU 탈퇴’ 논의가 시작되면 트럼프는 이를 국제사회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포장할 수 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이민자 유입에 대한 우려와 인종차별 움직임이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나라들로 확산되면 트럼프는 이를 멕시코계와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브렉시트 찬성파가 부각시켰던 ‘중동 난민과 동유럽 이민자 유입’에 대한 공포감을 ‘미국 내 멕시코계와 무슬림 이민자’ 증가에 그대로 적용해 왔다.
현 상황에 강한 분노와 불만을 가진 소외 계층에 대한 공략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는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의 백인”이라며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주민들의 학력과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탈퇴를 선호했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프랭크 룬츠도 미국 NPR방송에서 “브렉시트 찬성파인 나이절 패라지 독립당 대표나 트럼프는 세계 금융위기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기득권에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줄곧 호소해 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24일 이번 투표에서 EU 탈퇴를 이끈 원동력이 미국에서 트럼프 열풍을 가져온 힘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진영은 지금까지도 영국 상황을 세력 확장에 활용했다. 트럼프는 5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영국은 EU 없이 더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민 문제가 유럽에 끔찍한 일이 되고 있는데 이는 EU에 떠밀린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영국 ITV 인터뷰에선 “이민자들의 영국 유입 흐름을 봤을 때 영국인들은 결국 EU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트럼프와 함께 브렉시트 움직임에 목소리를 높이며 비판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말에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국은 EU에 남아 있을 때가 최고 상태이며 세계가 직면한 여러 위협은 미국과 영국이 함께 협력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정책자문역인 제이크 설리번 전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통해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 측은 영국이 EU에서 빠지면 미국의 대테러 대책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EU 국가를 핵심 축으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치르고 있는데 브렉시트가 현실화돼 미국의 IS 격퇴를 위한 유럽 내 동맹이 EU와 영국으로 분할돼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