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모 씨(40)는 요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미국 달러화 강세 속에서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쇼크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2.58% 급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남편이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 씨는 “브렉시트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혹시 몰라 미리 환전을 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유학생 학부모나 개인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환율의 변동성과 투자 상품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달러화나 엔화, 채권형 투자상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달러·엔화의 동반 강세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는 당분간 동반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최근 고공행진을 해온 엔화보다 달러화 가치의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최일권 IBK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팀장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32원대에서 1238원대 사이에서 움직였다”며 “24일 환율이 1179원대로 올랐지만 연중 환율 변동 폭을 고려하면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브렉시트 영향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3분기(7∼9월) 말 13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달러 수요가 많은 사람들은 미리 매수해 두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유럽이나 세계 금융시장 충격에 취약한 신흥시장 관련 투자 상품의 손실 위험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3일 현재 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 잔액은 29조8889억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김지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려면 지수가 가입 시점 대비 40∼50% 하락해야 하는데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당분간 안전자산으로 ‘머니 무브’
브렉시트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로 인하한 영항으로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 초중반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돈을 더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채권값이 더 오를 수 있어 채권형 상품의 투자 비중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당분간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관망하며 기회를 엿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브렉시트 이후 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나와 증시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때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오히려 브렉시트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는 틈을 타 저가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성현희 NH투자증권 신사WMC PB팀장은 “브렉시트가 중장기적인 악재이긴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스템적 문제는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을 보며 우량주를 싸게 살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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