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팩트저널리즘데이(Impact Journalism Day·IJD) 행사에 참여한 세계 50여 개 언론사는 저출산과 고가(高價)의 건강보험료, 장애인 일자리 창출 문제 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통해 언론이 사회 변화를 이끌 분야가 방대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 “아기가 왜 우는지 통역해 드려요”
국립 대만대 의대 부속병원 ‘윈린’의 연구진은 날로 떨어지는 출산율을 높일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대만은 가임 여성 출산율이 1.2명에 불과한 저(低)출산국이다. 전 세계 평균 2.5명, 아시아 평균 2.2명의 절반 수준이다.
연구진은 정부의 출산장려금 지원과 육아시설 확충 등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초보 부모의 양육 부담과 육아 공포를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젊은 부부의 공포를 덜기 위해 이들이 개발한 것은 ‘아기 번역기’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 대만의 더차이나포스트가 소개한 이 앱은 부모와 아기의 의사소통을 돕는 정보기술(IT) 솔루션인 셈이다.
윈린 연구진은 3년간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 100명의 3000가지 울음소리를 녹음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분석 결과 아이들은 ‘배가 고파요’ ‘아파요’ ‘기저귀를 갈아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상황마다 다른 울음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기가 울 때마다 버튼을 눌러 15초간 울음소리를 녹음하면 앱은 왜 우는지 이유를 분석해 부모에게 알려준다.
초기엔 정확도가 다소 떨어졌지만 클라우드(대용량 저장) 방식으로 울음소리 표본이 늘어나자 오류가 점차 줄었다. 현재 분석 정확도는 생후 2주 된 아기의 경우 92%, 2개월 아기는 85%, 4개월 아기는 77% 수준이다. 2014년 대만 정부가 주는 혁신상을 수상한 이 앱은 지난해 사용자가 1만 명으로 늘었다.
○ 문자로 소통하는 청각장애인 상담소
미국 내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USA투데이는 청각장애인들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상담 서비스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Crisis Text Line)’을 소개했다. 청각 장애인 릴리 레인 씨는 수화를 배우지 못하고 자랐다. 한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고립감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조차 피할 정도였다.
절망에 빠진 그를 구한 것은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이 상담 서비스였다. 그는 상담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금씩 자신만의 공간에서 탈출했다. 레인 씨는 USA투데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내가 예전에 느꼈던 좌절감을 다른 청각장애인들이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접 상담 전문 교육을 받은 그는 위기 상황에 놓인 다른 청각장애인을 돕기 위해 주당 12시간의 상담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레인 씨처럼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각장애인을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가 30여 명에 이른다.
서비스는 3년 전부터 연중무휴, 24시간 동안 진행된다. 지금까지 내담자와 주고받은 상담 메시지가 총 1700만 건에 달한다. 말하고 듣기가 불편한 청각장애인이 주 고객이지만 은밀한 고민을 모르는 사람에게 미주알고주알 직접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반인들도 내담자 명단에 속속 이름을 올렸다.
상담 기록이 쌓이자 다양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내담자의 35%는 중년층 남녀로 육아 문제와 이혼, 실업 등과 관련한 고민을 토로했다. 자살과 관련해 상담이 많이 들어오는 시간은 오후 7∼9시이고 화요일에는 우울증 및 신체 학대와 관련한 메시지가 많이 들어온다.
○ 쓰레기 모아 저소득층에 보험 수혜
2009년 인도네시아 의대생이던 가말 알빈 씨(26)가 고안해낸 ‘쓰레기를 활용한 건강보험’은 저소득층에게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모아 오게 하고 그것을 내다 판 금액을 보험료로 활용해 건강보험 혜택을 준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가정의 보험료 부담도 더는 일석이조를 노린 아이디어 상품이다.
인도네시아의 콤파스지가 소개한 ‘쓰레기 건강보험’은 현재 말랑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덴파사르와 메단, 마나도 등 타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알빈 씨는 콤파스와의 인터뷰에서 “‘쓰레기 보험’ 시스템을 다른 국가에도 전파해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처럼 국민 누구나 가입하는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없다. 빈부 격차가 크다 보니 상류층은 개인보험으로 의료비를 대지만 저소득층은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현실에 고민이 많은 예비 의료인인 알빈 씨는 ‘아무리 가난해도 사람은 쓰레기를 만들며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착안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임팩트저널리즘데이(IJD) 프로젝트는 보험·자산관리 전문업체 악사(AXA)의 후원을 받아 프랑스 ‘스파크 뉴스’가 주관하고 있다, 올해 IJD는 25일이었으나 동아일보는 브렉시트 보도로 인해 이틀 뒤인 27일자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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