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글로벌경제 파장 3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1 브렉시트 연착륙
금융시스템 고장난 2008년과 달라 英만 EU탈퇴땐 조기안정 가능
시나리오2 혼란 장기화
“실물경제 등 잔펀치 이어질것”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안심 못해
시나리오3 보호무역주의 확산
세계 교역 길 막히면 메가톤 파장… 일각 “美-中 최악상황은 피할 것”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2008년 금융위기와 맞먹는 메가톤급 악재로 번져 세계 경제를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불협화음에서 비롯된 영국과 EU의 결별로 막을 내리며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인가.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얼마나 크고 오래갈 것인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 경제가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에 접어든 데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기까지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시나리오별로 짚어봤다.
○ 시나리오1: 영국만 탈퇴, EU의 연착륙
브렉시트는 과거의 경제위기들과 본질부터 차이가 있다. 지난 위기들은 자산 버블(거품) 붕괴, 신용의 과도한 팽창 등으로 금융 시스템이 직접 훼손되면서 발생했다.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땐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는 스페인 그리스 등이 국가 부도의 벼랑에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파산 위기에 몰린 국가나 기업은 없는 상태다. 경제 시스템이 고장 난 게 아니라 국민투표라는 정치적 이슈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가 예상을 빗나가 시장이 단기 충격을 받았지만 금융 불안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금융위기를 겪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어 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도 나온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패닉에 빠졌던 아시아 금융시장이 27, 28일 이틀 연속 안정세를 보인 것도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만약 다른 나라의 ‘도미노 탈퇴’ 없이 영국만 EU에서 빠져나오고 그친다면 이번 사태가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물론 위기 당사국인 영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영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브렉시트만으로 세계 성장률이나 교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나리오2: EU 체제의 불안 지속
문제는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 적어도 2년, 길게는 5년 넘게 걸리는 데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많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정부와 EU 간의 갈등이나 충돌이 불거지면 세계 경제 불안이 길어질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 때처럼 EU 각국의 정치 이벤트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불규칙적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2008년 위기처럼 세계 경제가 큰 펀치를 한 방 맞는 게 아니라 정치적 이슈에 따라 작은 훅을 여러 번 길게 맞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 실물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EU 국가로 ‘탈(脫)EU’ 바람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미 덴마크 체코 핀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탈퇴 움직임이 일고 있다. EU 체제 불안이 지속되고 각국의 탈퇴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 경제는 상상외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안 원장은 “EU라는 단일 시장이 무너지면 세계 교역 위축, 성장 둔화 등의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금융 불안이 고조되면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 선호가 심해지고 신흥국에서 급격히 외국 자금이 이탈해 신흥국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 또 EU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이 타격을 받으면 세계 경제의 도미노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시나리오3: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최악의 시나리오는 EU 체제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으로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미국이 맺고 있는 무역협정을 폐기 또는 개정하고, 이에 맞서 중국마저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가 대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역 소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만성적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고립주의가 확산되면 세계 경제가 대공황 때와 비슷해질 것”이라며 “경기 침체와 양극화가 동시에 심해지면 해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극단적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 실장은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자국 경제를 이끌어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EU가 붕괴되기 전에 EU 정상들이 선제적으로 다른 국가의 탈퇴 움직임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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