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이 유로화 시스템의 위기로 번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2.0(financial crisis 2.0)’이 닥칠 수 있다.”
버나드 호크먼 유럽대 교수(57·국제경제학·사진)는 28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서울경제연구센터 초청 세미나에 참석한 뒤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호크먼 교수는 세계은행(WB) 국제무역국장을 지낸 국제무역 전문가다.
호크먼 교수는 “(영국의 EU 탈퇴 과정 등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특히 유로화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브렉시트 충격이 장기간 전 세계로 번져 나갈지, 아니면 영국과 유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그칠지 판가름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유로화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EU가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호크먼 교수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EU 탈퇴 움직임이 다른 유럽 국가로 번지면서 전체 유로화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이다. 이미 현실화된 영국의 EU 이탈 자체는 큰 충격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영국은 자체 화폐인 파운드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경제적 영향 면에서 EU의 핵심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탈퇴가 유로화를 쓰는 다른 국가로 이어지면, 그 충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호크먼 교수는 현재 눈앞에 닥친 위협 요인(threat)으로 이탈리아를 꼽았다. 올 10월 예정된 이탈리아의 개헌 관련 국민투표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표 결과 ‘EU 잔류파’인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사퇴하면 ‘EU 탈퇴파’가 집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 등이 EU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는 EU에서 경제규모가 3번째로 크며 유로화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이탈은 브렉시트와 비교하기 힘들 만큼의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브렉시트는 보호무역주의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은 EU에서 자유무역 기조가 가장 강한 나라로,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등 EU 탈퇴를 주도한 이들도 강력한 자유무역 옹호론자라는 것이다. 그는 또 “보호무역주의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의 주장(트럼프주의)과 브렉시트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영국이 EU 탈퇴 이후 적극적으로 자유무역 정책을 펴 장기적으로는 무역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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