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세형]아프리카의 ‘한국 워너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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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국제부 기자
이세형 국제부 기자
‘헬조선’ 안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밖에선 한국을 부러워하고 따라하려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 사이에 ‘한국 워너비(Wannabe·닮고 싶어 하는) 현상’은 뚜렷하다.

이 나라들은 경제·산업은 물론이고 건강보험, 환경오염 물질 관리, 교통인프라 구축 등 보건과 환경 분야에서도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싶어 한다. 자국의 미래를 책임질 엘리트 공무원을 한국에서 교육받게 하려는 나라도 많다. 이들에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롤모델인 동시에 지식과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족집게 과외 교사나 다름없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계기로 닻을 올린 ‘코리아 에이드(Korea Aid)’도 개도국과 국제기구들의 적잖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코리아 에이드는 한국의 사실상 첫 번째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다.

기자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직전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다녀왔다.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한국형 녹색 ODA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코리아 에이드에 대한 현지 공무원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낙후지역을 찾아가 보건(이동검진 차량), 음식(푸드 트럭), 문화(문화·영상트럭)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리아 에이드의 방향에 대해선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동검진 차량을 통해 여성 건강, 특히 소녀들의 건강을 관리할 것이란 계획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해 낙후지역을 돌아다니는 ODA는 효과가 제한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조업 육성에 적극적인 에티오피아의 공무원들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우리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이 코리아 에이드에 포함되지 않은 게 아쉽다는 얘기였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의 과학기술 육성 노하우를 배우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나라 이공계 최고 명문대인 아다마과학기술대(ASTU)와 아디스아바바과학기술원(AAiT)의 총장이 모두 한국인이다. 두 대학은 공공연히 ‘아프리카의 KAIST’를 표방한다. 우간다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인하대 아태물류학과는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며 학과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경제정책과 과학기술 성장 과정을 잘 아는 원로 교수들이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의 ODA는 북미, 유럽, 중국에 비해 규모가 작고 역사도 짧다. 한정된 자원으로 효과를 내려면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코리아 에이드 사업에선 수혜국들이 무엇에 목말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다음에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 줘야 한다. 코리아 에이드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한국 워너비’도 더욱 많아지는 길이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코리아 에이드#아프리카#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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