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의 인질이 숨진 1일 저녁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고급 식당 ‘홀리 아티잔 베이커리’. 7명의 테러범은 침착하게 인질 중에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무슬림이라고 밝힌 사람에게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 한두 구절 정도 암송하는지 테스트까지 했다.
그중에는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 유학생으로 방학을 맞아 모국에 돌아온 파라즈 후사인(20)도 있었다. 그는 말끔한 양복 차림이었지만 꾸란 구절도 암송하는 무슬림이었다.
하지만 후세인은 2일 오전 방글라데시군의 테러 진압이 끝난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후사인은 방글라데시 유명 재벌가문 출신이었다. 트랜스콤 그룹의 라티푸르 라흐만 회장의 외손자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후세인이 무슬림임에도 미국 유학생이고 재벌가의 일원이어서 희생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풀려난 인질들은 후세인이 동행한 여성들을 버려둔 채 혼자 갈 순 없다며 친구들 곁에 남아있기를 택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그와 동행한 두 여성은 후세인과 같은 다카 아메리카스쿨을 졸업한 고교동창생으로 역시 미국 유학생이던 아빈타 카비르(18)와 타리시 자인(19)이었다. 두 여성은 머리에 히잡을 두르고 있었고 다카에서 오래 살았지만 인도 국적의 힌두교도였다. 두 여성 역시 후세인 곁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후세인이야말로 진정한 무슬림의 용기와 인간애를 보여줬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살레흐 탄비르라는 네티즌은 “진정한 용기는 그릇된 신념을 갖고 자폭테러를 저지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굳건한 인간애에 있다”고 댓글을 남겼다.
CNN에 따르면 인질범들은 남은 인질들에게 “신은 너희들의 죽음을 원한다”며 “우리도 곧 따라 갈 테니 천국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한다. 그들이 믿는 천국이 있다면 거기에 갈 사람은 종교가 다르다고 무차별 학살을 저지른 그들이 아니라 종교가 다른 여성들을 지켜주기 위해 자기 목숨까지 희생한 후세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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