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기업들의 ‘탈(脫)영국 러시’에 대응해 법인세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충격에서 살아남으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20%인 법인세율을 15% 이하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영국이 법인세를 15% 수준으로 내리면 런던을 대체할 금융허브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일랜드 더블린(12.5%)보다 약간 높아지게 된다. 더블린이 유럽에서 최저 법인세율을 내세워 기업들의 절세 안식처로 각광받는 것처럼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를 통해 브렉시트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5%다.
오즈번 장관은 법인세 인하 외에도 △중국발(發) 투자 유치 확대 △은행 대출 지원 확충 △잉글랜드 북부 지방 친기업화 투자 △영국 재정 신뢰도 개선 등 5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는 다른 국가들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중국을 방문해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플랜도 밝혔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은행 임원들의 ‘보너스 상한선’에 대한 EU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글로벌 금융회사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법인세 인하는 세수 감소를 초래해 영국 국민들이 부담하는 소득세와 상속세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찬성에 따른 재정 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영국이 떠나려는 기업을 붙잡기 위해 법인세 인하라는 당근책을 검토하는 사이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프랑스 파리, 아일랜드 더블린 등 유럽 도시들은 브렉시트 이후 약화될 런던의 금융허브 지위를 뺏어 오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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