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트럼프 누가 이기든… 보호무역 울타리 치는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5일 03시 00분


美 대선후보 무역정책 비교해보니…

미국 대선에 출마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앞다퉈 보호무역을 주창하고 나서 11월 대선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미국의 강력한 ‘무역 빗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두 사람의 무역정책은 큰 틀에서 모두 보호무역 간판을 내걸고 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물론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모든 FTA를 폐기하겠다는 쪽이다. 하지만 클린턴은 TPP에 대해서만 분명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TPP는 자신이 국무장관 시절 추진한 협정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건 사안이어서 클린턴이 표를 의식해 태도를 바꾸자 오바마 대통령과도 불편한 사이가 돼 버렸다.

클린턴은 한미 FTA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내지 않는다. 강력한 한미동맹의 한 축인 FTA를 비판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던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미 비준된 한미 FTA를 클린턴이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보호무역에 대한 클린턴의 목소리는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표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선 공약의 근간이 될 민주당 정강정책에서는 TPP를 문제 삼으면서도 탈퇴 선언까지는 하지 않았다. 클린턴의 ‘TPP 때리기’가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부상 이후 두드러진 사실을 고려할 때 정치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인 2012년엔 “TPP는 무역협정의 최상 기준이며 통과를 적극 촉구한다”고 했다. 또 2014년 회고록 ‘힘든 선택들’에서도 “TPP는 미국 아시아 외교의 핵심이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무르익은 4월엔 미 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실질임금 개선, 국가안보 등이 충족돼야 한다. TPP 체결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돌아섰다.

TPP에 대한 클린턴의 입장 변화에 대해 NBC방송은 “샌더스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샌더스는 경선 내내 “자유무역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TPP의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그의 주장은 구직난을 겪는 젊은 세대, 백인 블루칼라, 강경 진보 성향의 노조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샌더스는 클린턴이 상원의원이나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미국의 다른 나라와 맺은 FTA 대부분에 찬성한 것을 물고 늘어졌다. 심지어 “자유무역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를 외국 인력에 내주고 있다”며 클린턴을 ‘최고외주책임자(outsourcer in chief)’라고 비난했다.

CNN은 트럼프가 자유무역 반대와 미국 일자리 지키기를 내세워 샌더스 지지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하자, 이에 맞서 샌더스 지지층을 민주당 울타리에 잡아두기 위해 클린턴이 보호무역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고 분석했다. ‘FTA가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서민층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두 후보 모두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책임을 물리도록 우리의 모든 무역 집행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도록 지시하겠다’거나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에 비하면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

중국뿐 아니라 대미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한국도 미국의 보호무역 공격 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클린턴이든 트럼프든 한국 정부에 금융시장 개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철강, 전자제품 등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뉴욕=부형권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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