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사진)이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2004년. 당시 공화당 동료 상원의원인 존 매케인과 에스토니아 출장 중 술 대결을 벌였다. 마주 앉아 독한 보드카를 한 잔씩 서로 주고받으면서 누가 술이 센지 테스트했다. 당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클린턴은 훗날 “무승부였다”고 회고하며 매케인의 ‘체면’을 세워줬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클린턴의 완승’이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클린턴이 미국 45대 대통령이자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되면 이런 술 실력을 야당인 공화당과의 협력을 위한 정치적 윤활유로 적극 활용할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10여 명의 클린턴 캠프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작성한 ‘클린턴 대통령 취임 100일 가상 시나리오’에서다.
NYT는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다수당인) 의회와 많은 갈등을 빚었던 것에 비하면 클린턴은 10년 넘게 계속돼온 미국 정치의 당파주의를 극복하고 야당과 협상을 잘하는 대통령이 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수단은 스포츠광인 오바마 대통령의 농구나 골프 회동이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선호했던 ‘조용한 술자리 대화’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클린턴의 전현직 참모들은 “그는 도저히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수많은 싸움을 치러 왔다. 다른 사람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정치적 정책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타협의 공간을 찾아낸다”고 평가했다.
NYT는 내각 인사에 대해 “클린턴 정부 내각의 절반은 여성으로 채워지고 대통령비서실장, 재무장관, 국방장관처럼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자리도 여성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첫 여성 흑인 법무장관인 로레타 린치 장관을 유임시킬 수도 있다. 특히 대통령비서실장은 클린턴 캠프 선대위원장인 존 포데스타가 사양할 경우 여성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 행정부는 인재 영입을 월가보다 실리콘밸리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에게 각료 자리를 제안할 수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동성애자를 포함해 성적 소수자 권리 보호를 강조해온 클린턴이 쿡 CEO를 ‘미국 역사상 첫 동성애자 장관’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 역사상 첫 퍼스트젠틀맨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취임 초반기 역할은 ‘백악관 분위기 메이커’ 정도로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주목도가 (남편 때문에) 분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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