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 있고 싶어서” 한날한시에 세상 떠난 노부부 ‘애틋’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7월 5일 16시 24분


늘 함께 있기를 원했던 영국의 한 노부부가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난다는 선택을 했다.

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영국 해군 장교 출신인 데이비드 브리튼(86)과 브리짓 브리튼(84) 부부가 같은 날 데본 주의 자택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두 사람을 처음 발견한 이는 그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였다.

경찰 조사 결과 브리짓이 숨진 직후 남편인 데이비드가 뒤를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농축 헬륨가스가 든 비닐봉지를 사용해 목숨을 끊었다.

이들의 죽음을 최초로 발견한 가정부 블라돈은 “그들은 함께 죽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집 현관에 데이비드가 자필로 남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비상벨을 울려 달라’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숨져 있던 거실의 탁자 위에는 유서가 있었다.

결혼해 부모 곁은 떠나 각각 따로 살고 있는 두 딸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평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봉사에도 힘쓰는 금슬 좋은 부부였다고 전했다. 데이비드와 브리짓은 10년 전부터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지만 요양 보호소에 가기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딸들은 “아버지는 생전에 ‘나는 이 집에서 죽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며 두 사람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아버지는 어머니와 잠시라도 떨어져있기를 싫어하셨다. 부모님은 늘 함께 있기를 원했고, 서로를 잃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데이비드와 브리짓은 각각 19세, 17세 때에 만나 몇 년 간의 연애 후 결혼해 61년 간 한 이불을 덮고 잤다. 늘 함께 시간을 보냈던 부부가 자살을 입에 담기 시작한 때는 5년 전부터였다. 이때 고통 없이 목숨을 끊게 도와주는 모임으로 알려진 ‘엑시트(Exit)’에도 가입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이들이 동반 자살을 했다고 판단했지만 두 사람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딸 수잔은 최근 데이비드가 넘어지는 부상을 입고 거동을 거의 할 수 없게 되자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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