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전투기들이 지난달 중순 동중국해 상공에서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중국해는 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가 있는 바다로 중국이 2013년 11월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이후 긴장이 고조돼 왔다. 이번 사건은 중국의 CADIZ 선포 이후 발생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양국 정부는 아찔했던 전투기 대치 상황이 언론에 공개되자 사태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돌리며 공방을 벌였다.
지난달 17일 중국 전투기가 센카쿠 열도 주변 상공으로 남하해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는 일본 정부의 최근 발표와 관련해 중국 국방부는 4일 성명을 내고 “흑백(黑白)이 전도(顚倒)된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중국 측은 성명에서 6월 17일 중국군 소속 수호이(SU)-30 전투기 2대가 동중국해 상공 CADIZ에서 일상적인 순찰 활동을 하던 중 일본 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 2대가 고속으로 접근하며 도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일본 전투기들은 중국 전투기를 향해 ‘화력통제레이더(FCR·표적을 탐색 및 추적해 적절한 타격 지점을 산출하는 시스템)’까지 작동했다”며 “중국 전투기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전술 기동(機動)으로 ‘과감한 대응 조치’를 취하자 자위대기가 적외선 재밍(jamming·전파 교란)탄을 쏘며 도주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일 전투기 간에 대치 상황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중국기가 먼저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부장관은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상대 기의 위치 등을 파악하기 위해 FCR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사고 방지를 위해 필요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재밍탄 발사에 대해선 “사용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예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 기로부터 위험한 행위가 없어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최근 3개월간 일본 전투기가 중국 군용기를 상대로 긴급 발진한 횟수는 모두 200여 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4회에 비해 곱절가량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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