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남성들 또 ‘배신의 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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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경선 불출마 약속 어겼다” 존슨, 측근 고브 내치고 레드섬 지지
英 보수당 경선 女-女 대결 유력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벌일 영국 차기 총리를 뽑는 보수당 대표 경선이 두 여성 정치인의 맞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국의 보수당 의원 331명은 5일 대표 후보 5명을 놓고 1차 투표를 했다. 최저 득표자를 1명씩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7일과 12일 추가로 투표를 해 최종 후보 2명을 정한다. 이후 당원 15만 명이 참여하는 우편투표를 통해 9월 8일 새 총리를 선출한다.

현재 보수당 내 의원들의 지지에서는 EU 잔류파에 속하는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59)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탈퇴파의 여성 후보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53)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두 후보는 영국의 EU 탈퇴 협상 속도를 놓고 맞서고 있다. 메이 장관은 “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EU 회원국의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연내 발동하지 않을 것이며 사전 협상을 충분히 한 다음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레드섬 차관은 “내가 총리가 되면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은 제로”라며 “이르면 내년 봄 영국이 EU를 떠날 수 있는 ‘패스트 트랙(fast-track)’ 일정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남부 이스본에서 태어난 메이는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에 들어갔다. 이어 민간기업에서 금융컨설턴트로 12년간 일했으며 1997년 하원에 입성했다. 메이는 1998년 예비내각에 기용된 이래 교육, 교통, 문화미디어, 고용연금 담당과 원내총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탈환한 후 내무장관에 기용된 이래 최장 내무장관직 재임 기록을 유지해 오고 있다.

워릭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레드섬 차관은 바클레이스은행과 자산운용회사 등 금융업계에서 25년간 일했다. 2010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2013년 재무부의 경제담당 차관을 지낸 뒤 2015년 에너지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BBC 집계에 따르면 6일 현재 메이 장관은 전체 331명의 의원 중 115명을, 레드섬 차관은 40명을 지지 세력으로 확보했다. 이어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26명, 스티븐 크래브 고용연금장관 23명,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 9명 순이다. 118명의 의원은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EU 탈퇴 캠페인을 이끌었다 최근 경선 불참을 선언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경선 하루 전인 4일 레드섬 차관 지지를 표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존슨의 레드섬 지지는 약속을 어기고 경선 출마를 발표한 고브 장관에 대한 보복이라고 전했다. 존슨은 측근인 고브 장관의 배신에 결국 총리 꿈을 접었다. 존슨의 지지를 받는 레드섬 차관이 2위로 올라설 경우 고브 장관이 최종 2인에 들어갈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다.

보수당 소속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메이 장관을 지지하고 있지만 결선투표가 두 여성 후보 대결로 갈 경우 팽팽한 대결이 예상된다. 의원 지지에선 메이가 압도적이지만 일반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레드섬에 대한 지지가 메이에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보수당 지지 활동가들이 만든 웹사이트 ‘컨서버티브홈’이 4일 1214명을 조사한 결과 레드섬 지지율은 38%로 오히려 메이(37%)보다 앞섰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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