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사진)의 파격 행보에 미국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가 멕시코인 비자 면제를 12월부터, 대마초 합법화를 내년 봄에 각각 시행키로 확정하면서 국경을 맞댄 미국에서 불법 이민과 마약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브로맨스(남자들 사이 로맨스)로까지 불리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의 찰떡궁합에 균열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9일 미국, 멕시코와의 북미 3국 정상회담을 전후로 지난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멕시코인의 무비자 입국과 함께 대마초 합법화를 공식화했다. 이들 정책은 미국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미국은 멕시코인의 입국에 비자를 요구하고 있다. 대마초도 워싱턴 등 4개 주에서만 합법이며 나머지 곳에서는 모두 불법이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3일 “미국이 캐나다를 안보의 위협 요소로 생각하고 양국 간 국경 통제를 강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제일 긴 비방위(undefended) 국경인 미국과 캐나다 사이 국경 모습이 바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철책과 초소가 없는 열린 국경이 미국 국경경비대가 삼엄하게 지키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트뤼도 총리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멕시코인을 막기 위해 장벽을 쌓지만 트뤼도는 환영 카펫을 깔아줬다”고 대비했다. 트뤼도 총리는 3월 워싱턴 방문 당시 “트럼프와 당장은 싸울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그를 지지할 생각도 분명히 없다”며 선을 그었다.
브루스 헤이먼 캐나다 주재 미 대사는 글로브앤드메일에 “(대마초와 비자 문제는) 각국 정부가 가진 고유의 정책 권한”이라면서도 “아직 양국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으며 국경 문제와 관련해 논의할 점이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높다. 전임 보수당 정부는 멕시코 여행객들이 무비자로 입국한 뒤 난민 지위 신청을 남발해 전체 난민 신청 중 25%를 넘기자 2009년 무비자를 철회했다. 다시 무비자 조치가 내려지면 과거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대마초 남용 우려가 높고 대마초 재배와 흡연 장소 지정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가정집 재배 허용이나 공공장소 흡연 허가 등이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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