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54% “동의 안해” 공화당, FBI국장 불러 청문회
트럼프 지지자들 거센 항의… 힐러리에 거친 욕설 쏟아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장엔 유혈이 낭자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음속으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죽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정치전문 주간지 뉴리퍼블릭이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불기소 권고 결정이 발표된 직후의 트럼프 유세장 풍경을 6일 이같이 보도했다. 이 잡지는 “5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와 롤리에서 잇따라 열린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선 클린턴이 ‘암캐(bitch)’로 불렸고 성난 트럼프 지지자들이 ‘그 암캐의 목을 매달아라’라는 구호도 여러 차례 외쳤다”고 전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앞으로 전진! 클린턴은 감옥으로 직행!”이라고 소리쳤다. 한 남성 지지자는 지역 방송과의 현장 인터뷰에서 “클린턴을 최고 반역죄로 총살시키거나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결과를 발표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잇따랐다.
이 잡지는 “약 6년 전 강경보수 단체인 티파티 모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비난하며 ‘그 독재자의 피를 자유의 나무에 뿌리겠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후 정치인의 죽음을 운운하는 장면을 목격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는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아주 나쁜 사람이지만 테러범을 죽이는 일은 아주 잘했다”고 말해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트럼프(trump)는 동사로 쓰이면 ‘이기다, 물리치다’란 뜻인데 트럼프 유세장에선 “그 암캐를 물리치자(Trump that bitch)”는 구호가 그나마 가장 정제된 표현이었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클린턴의 사랑이 트럼프의 혐오를 이긴다’는 뜻에서 ‘Love Trumps Hate’라는 구호를 애용한다.
트럼프의 둘째 아들 에릭 트럼프(32)는 6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전화에서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지난 7년간 기부한 액수는 1만 달러(약 1160만 원)밖에 안 된다’는 WP 보도를 비난하면서 욕설(F-워드)을 사용했다고 WP가 보도했다. 에릭은 “아버지는 내 재단에 수십만 달러를, 다른 자선단체에도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제기랄, 왜 우릴 죽이려 드는 건가. 당신들이 우리를 찢어 놓고 있다. 진짜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앞으로 트럼프와 클린턴 진영 간의 살벌한 경쟁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로레타 린치 법무부 장관은 FBI의 권고를 받아들여 e메일 스캔들 수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지만 공화당은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계속 따질 기세다. 공화당 소속인 제이슨 체이페츠 하원 정부감독 및 개혁위원회 위원장은 “7일 코미 FBI 국장과 린치 법무장관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e메일 스캔들 수사 결과에 대해 증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도적으로 법망을 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미 의회와 국민은 FBI 수사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적극적 공세를 예고했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클린턴의 e메일 관행에 대해 취할 조치가 더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특별검사 지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여론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1000명 이상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FBI의 불기소 권고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해 ‘동의한다’(37%)는 답변보다 17%포인트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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