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텍사스 주 댈러스 시 경찰 저격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미 사회에 내재됐던 흑백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CNN은 “현 상황은 사실상의 내전(civil war) 상태”라고 표현했다.
7일 댈러스에서 경찰 5명이 전직 흑인 군인의 조준 사격으로 사망한 데 이어 테네시 주 등 일부 지역에서도 경찰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다. 테네시 주 브리스톨에선 이날 흑인 남성 래킴 키언 스콧(37)이 고속도로에서 경찰과 주민 등 백인을 겨냥해 총기를 난사했다. 자동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스콧의 총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경찰 1명을 포함해 3명이 다쳤다. 피해자는 모두 백인이었다. 테네시 경찰 관계자는 “스콧이 최근 루이지애나와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외곽 볼윈에서도 한 30대 남성이 댈러스 사건 용의자처럼 숨어 있다가 교통 검문을 위해 다가오던 경찰에게 총격을 가했다. 존 벨마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국장은 “용의자의 매복 습격으로 경관 1명이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용의자의 인종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흑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는 2014년 비무장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해 흑인 폭력시위가 벌어졌던 퍼거슨 시 인근에 있다.
흑인에 대한 경찰 총격 사건도 이어졌다. 9일 댈러스 인근 휴스턴에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흑인 남성이 총을 들고 있다가 경찰이 쏜 총에 사망했다.
미국대도시경찰국장연합의 대럴 스티븐스 사무국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경찰의 과도한 진압과 흑인의 인권운동으로 흑백 갈등이 최고조였던 1960~70년대에도 볼 수 없던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스페인 방문 차 유럽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정을 하루 당겨 10일 귀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댈러스에서 공격을 자행한 미치광이가 흑인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통합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댈러스 사건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댈러스 사건 현장에서 폭탄으로 사살된 용의자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25)은 미 육군 예비군으로 2009년 3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약 6년 동안 근무했으며 2014년 11월부터 9개월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브리스톨에서 백인에게 무차별 총격을 퍼부은 스콧은 1998년 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제5방공 포병연대 5대대 소속으로 복무했으며 이 기간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머물렀다고 AP통신이 미군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미군의 예비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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