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나토동맹 강화 역설 ‘안보 브렉시트 막겠다’ 의지
러 “베를린 장벽 이어 두번째 장벽”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로 중국을 자극한 데 이어 서방의 집단안보 체계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강화를 통해 러시아를 본격적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신(新)냉전체제’라는 논란을 감수하고라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EU가 어수선한 틈을 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으로 세(勢)를 확장하는 것을 군사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 9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 동맹의 강화를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나토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우크라이나 사태, 브렉시트 등에 직면해 중대한 시점을 맞고 있다”며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유럽의 안보와 방위에 대한 미국의 헌신”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안보 브렉시트’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막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그러나 (나토 내) 다수의 동맹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솔직히 대화했다”며 영국 등 나토 회원국들이 미군의 ‘핵우산’에만 기대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으로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 접경 4개국에 4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대대별 1000명 이상씩 최대 5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보내는 것으로 냉전 이후 나토의 최대 규모 파병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파병으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 전체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점을 러시아에 명확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의 파병 결정이 알려지자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나토 주재 러시아대사는 영국 BBC 인터뷰에서 ‘새로운 철의 장막’을 거론하며 “나토의 조치는 대립의 소용돌이를 부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콘스탄틴 코사초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도 “나토의 결정은 베를린 장벽 이후에 두 번째 장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나토는 미군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군사훈련 지원과 재정 지원 연장을 결정했다. 아프간군에 대한 훈련 지원과 군사 자문은 2017년까지 연장하고, 아프간에 대한 재정 지원을 2020년까지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아프간은 35만 명에 달하는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50억 달러(약 5조7000억 원)가 필요하다며 서방 세계에 지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또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점으로 하는 IS를 격퇴하기 위해 나토의 공중조기경보기(AWACS)를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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