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압승해 개헌 세력은 전체 참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개표 결과가 이대로 나올 경우 아베 총리는 개헌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아베 총리의 목표대로 평화헌법 9조를 바꿀 경우 일본은 1946년 평화헌법이 제정된 후 70년 만에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가 된다.
○ 아베 총리, 아베노믹스 내세워 ‘4연승’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2012년 중의원(하원) 선거, 2013년 참의원(상원) 선거, 2014년 중의원 선거에 이어 큰 선거에서 네 번 연속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27년 만에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수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의 압승은 아베노믹스 덕분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으로 환율과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3년 반 동안 낸 성과를 인정한 국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자민당은 선거 과정에서 ‘이 길(아베노믹스)을 힘 있게, 앞으로’라는 구호로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베 총리는 전국을 돌며 완전고용 수준의 대학 졸업자 취업률과 지난해 기업의 사상 최대 이익 등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마지막 날 연설에서도 “아베노믹스는 지금 절반밖에 오지 못했는데 그만두면 어두운 시대(잃어버린 20년)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 쟁점 감춘 선거전, 야당은 ‘개헌 막자’ 호소
이번 선거는 ‘쟁점 감추기가 이슈’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여론의 관심과 여당 유세 현장의 구호가 따로 놀았다. 아베 총리는 그간 자신의 임기(2018년 9월) 중에 개헌을 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내 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적 반발을 우려해 개헌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반면 민진당과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 등 4개 야당은 32개 1인 지역구에서 단일 후보를 내놓고 합동유세전을 펼치며 ‘개헌 저지’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국민의 표심을 잡지 못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결과에 대해 “자민당이나 아베 총리의 대안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과 현재의 야당에서 매력적인 리더십을 발견하지 못하는 점이 일본 국민의 선택지를 좁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요인은 일본 국민의 보수화다. ‘평화냐 전쟁이냐’보다 당장 경제가 흔들리는 게 더 싫다는 게 일본 국민의 선택이란 것이다. 선거 후 한일 관계는 아베 정권의 개헌 방향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개헌의 마지막 퍼즐 완성
선거 결과를 놓고 일본 정계에서는 ‘개헌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 헌법은 전후 연합국군총사령부(GHQ)의 초안에 기초해 만들어진 후 약 70년 동안 한 번도 개정한 적이 없다. 아베 총리는 1차 임기 중이던 2007년 개헌의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을 통과시켰고, 이로부터 9년 만에 참의원에서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의원에서는 2년 전 이미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올가을부터 가동될 국회 헌법심사회에서는 외부 공격, 내란, 대규모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총리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는 긴급사태 조항과 무력 및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 등이 개헌 대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마지막 단계에서 개헌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올 하반기 헌법심사회 심의를 통해 개정 내용의 윤곽이 잡히면 내년 상반기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중의원과 참의원을 차례로 통과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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