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 사냥을 가다(Going on a snipe hunt)’라는 영어 표현은 헛수고를 하거나 불가능한 일을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도요새(snipe·스나이프)는 동작이 빠르고 비행 패턴이 불규칙해 여간해선 사냥하기 어렵다. 스나이퍼(sniper)는 그런 도요새를 잡을 정도로 사격 실력이 뛰어난 전문적인 저격수를 지칭한다. 군에선 특등사수 중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엄선된 극소수의 정예가 저격수가 된다.
▷저격수는 총알을 허비하지 않는다. ‘일발필중(one shot one kill)’이 모토다. 집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적군 한 명을 사살하는 데 평균적으로 일반 병사들은 20만 발을 사용한 반면 저격수는 1.3발이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포탄과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저격수의 한 발은 치명적인 위협이다.
▷사람의 목숨을 앗는 저격수의 세계에도 기록이 남는다. 핀란드 방위군의 시모 헤위헤는 1939년 소련군이 침공했을 때 망원조준경을 사용하지 않고도 542명을 사살해 최다 저격 기록을 세웠다. 미국 해군 특수부대의 크리스 카일은 이라크전쟁에서 펜타곤 공인으론 160명, 비공식적으론 255명을 사살했다. 그의 자서전은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소재가 됐다. 하지만 헤위헤는 소련군 총알에 왼쪽 턱을 관통당해 안면을 부분적으로 잃었다. 카일은 2013년 사격 지도를 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있는 전직 해병대 병사의 총에 숨졌다. 총잡이의 끝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도심에서 7일 백인 경찰의 잇단 흑인 총격 살해에 항의하는 평화 시위가 진행되는 도중 경찰관 12명이 조준 사격을 당해 5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선 경찰이 총격전을 벌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저격을 당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저격은 특정 대상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살의를 깔고 있다. 심각한 인종 갈등이 총기 소지의 자유와 맞물려 미국의 비극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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