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13일(현지 시간) 영국의 76대 총리에 취임했다. 신임 메이 총리는 취임을 앞두고 “국민이 유럽연합(EU)을 이탈하는 브렉시트(Brexit)에 찬성한 만큼 총리로서 EU를 떠난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브렉시트 투표 전까지는 ‘EU 잔류파’였지만 이제는 브렉시트 현실을 인정하면서 변화를 원하는 자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실용적 기회주의(pragmatic opportunism) 노선을 보인 것이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으로서 총리 자리에 오른 메이는 강경 보수주의자로 통하지만 ‘작은 정부와 큰 시장’에 집착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역별 전략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상생의 경제를 주장한다. 최근 들어선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를 강조하고 “완전히 노동자 편에 설 것”이라는 발언으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하고 주주들이 경영자의 연봉을 결정하는 정책으로 사회 통합을 추진하려는 정책이 대처 식 신자유주의 경제와 어긋나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적응해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그가 6년 동안의 내무장관 재직 중 경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도 범죄 발생률을 줄이는 성과를 낸 것도 효율을 중시하는 유연성 덕분이었다.
이 같은 보수의 ‘진화’는 빠르게 변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과거의 교훈에서 나왔다. 대중이 원하는 것이라면 노동당 정책도 받아들이는 보수당의 DNA가 브렉시트라는 위기 국면에서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그렇게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처칠, 대처, 메이저 등 보수당 총리들의 전통이기도 하다.
영국 보수당의 행보가 반드시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새누리당의 행보는 보수도, 진보도, 중도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눈치만 보는 격이어서 한숨만 나온다. 시장경제 수호라는 고유 가치를 정책화하지도 못하면서 어설픈 경제민주화 논리로 야당 흉내만 낼 뿐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 국민의 변화 요구에 따라 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계파 다툼에 골몰하는 새누리당은 영국 보수당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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