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사진)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NHK가 13일 보도했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에도 시대 이후 200여 년 만에 처음이다.
NHK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최근 궁내청 관계자에게 “헌법에 정해진 의무를 충분히 감당할 사람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며 퇴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올해 83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해 공식 행사에서 순서를 헷갈리거나 이미 진행된 프로그램을 다시 물어보면서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다. 현재 왕실전범에는 사망 후에만 지위를 이을 수 있게 돼 있어 치매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왕위를 유지해야 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둔 2001년 12월 68세 생일 기자회견에서 모계 혈통이 백제계임을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NHK는 “(일왕이) 수년 내 양위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앞으로 본인 스스로 대내외에 폭넓게 이 같은 생각을 나타내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최근 왕실과 교분이 깊은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생전에 퇴위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본의 경우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 이후 생전 양위 관습이 사라졌다. NHK는 “양위가 이뤄질 경우 18세기 초 고가쿠(光格) 덴노 이후 200여 년 만”이라고 전했다.
일왕이 양위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 후계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왕위 계승 1순위는 일왕의 장남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다.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는 2순위다. 나루히토 왕세자에게는 딸인 아이코(愛子·15)가 있지만 여성이어서 3순위는 차남의 아들인 히사히토(悠仁·1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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