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더욱 강해진 국정 장악력을 바탕으로 미일동맹 강화와 대(對)중국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방비 삭감이 불가피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공백’을 보일 경우 일본이 리더십을 발휘해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아베 정권은 우선 안전보장관련법(안보법) 실행을 위한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유사시 집단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하는 11개 안보법은 지난해 9월 마련돼 올 3월 시행됐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다. 일본은 동맹국(주로 미국) 군대가 공격받을 때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하는 ‘출동경호’를 추진해 미국과 군사적 유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1개 안보법 가운데 하나인 개정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은 최근 예기치 못한 사태로 주목받았다. 개정된 법은 자위대에 정당방위나 긴급 피난 외에 ‘임무 수행을 위한 무기 사용’을 인정했다. 숙영지(宿營地)에서 떨어진 지역에서 민간인이나 타국 병사가 무장 세력의 습격을 받을 경우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구하러 가는 ‘출동 경호’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프리카 남수단이 내전 상태로 치닫자 일본 정부는 11일 자국민 철수를 위해 항공자위대 수송기(C-130) 3대를 현지에 급파했다. 남수단에는 육상자위대원 350명 외에 대사관 직원과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관계자 등 70여 명이 체류하고 있었다.
다행히 자위대 수송기가 도착하기 전인 13일 밤 JICA 관계자 등 47명은 전세기편으로 인근 국가인 케냐로 대피했다. 산케이신문은 14일 사설에서 “해외에서 일본인 대피를 육상자위대가 돕는 첫 사례가 될 뻔했다. 이동 중에 습격을 받으면 반격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긴장 관계인 중국에 대해서는 견제와 대화 노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12일 남중국해를 둘러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나온 이후 양국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일본 외무성이 판결 직후 “중재 판결은 최종적이며 당사국에 구속력이 있다”며 판결 수용을 촉구하자 중국은 그날 밤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일본에서는 “미국 등과 대중(對中) 포위망을 강화해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자”는 강경론마저 나왔다.
반면 일본은 중국과 정상회담에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아베 총리는 14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로 떠나는 자리에서도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일본은 올해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았다.
아베 총리는 미국이 내키지 않아 하는 러시아와 관계 개선은 계속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북방4도와 가장 가까운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지원 유세를 하던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연내에 일본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과 교섭해 북방4도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며 영토 회복에 집념을 드러냈다.
한일 간에는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형성된 관계 개선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외교가에서는 이달 중 한국에서 군위안부 지원재단이 설립되면 일본은 곧바로 재단출연금 10억 엔(약 110억 원)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한일 관계를 한미일 안보동맹이라는 틀에서 바라본다”며 “중국의 팽창 움직임,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안보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양국이 협력할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안전보장관련법 주요 내용 ▼
▽무력공격사태법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공격에 개별적 자위권으로 반격
―밀접한 관계의 타국이 공격받아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 경우 집단적 자위권으로 반격 ▽중요영향사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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