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휴가로 수도 앙카라를 비운 사이 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해 도심 곳곳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군부는 앙카라 의회와 방송국을 무력으로 장악하고 전국에 쿠데타를 알리는 성명을 냈고 터키 최대도시인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급거 귀국해 반격에 나서면서 쿠데타는 실패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양측의 유혈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 30명이 영사 보호조치를 받고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터키 군부는 15일 밤(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 서부 이즈미르 주로 휴가를 떠난 틈에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군부는 탱크를 동원해 앙카라 의회를 포위했으며, 해외로 통하는 관문인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유럽과 연결되는 보스포러스해협 대교 2곳도 장악했다, 터키로 가는 모든 항공편은 취소됐다. 군부는 민영 방송국 NTV와 도안 통신사를 통해 전국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내며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군부가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는 총격전과 폭발음이 잇따랐다고 AP 등이 전했다. 앙카라 곳곳엔 탱크가 배치됐고 의회 건물에 폭탄 공격이 가해졌다. 앙카라 교외 경찰 특수부대 본부에는 군부의 헬리콥터가 공중 공격을 가해 경찰 17명이 사망했다. 이스탄불에서도 전투기가 저공비행하고 폭발음이 잇따르는 가운데 군부가 시민을 향해 총을 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휴가 중이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급히 이스탄불로 복귀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당초 그는 비행기를 타고 앙카라 또는 이스탄불로 돌아오려다 군부가 공항을 봉쇄해 착륙하지 못하자 공중에서 스마트폰 페이스타임을 통해 정부의 지지를 호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CNN 투르크와의 영상통화 인터뷰에서 “나는 민주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며 정통성을 호소하며 이번 쿠데타를 ‘군부 내 소수파의 폭동’으로 규정했다. 그는 터키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와 정부 지지 의사를 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때 그가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면서 독일이나 영국으로의 망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이스탄불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항에서 “군부 세력에 대한 체포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머물렀던 터키 해변 휴가지인 마르마리스의 호텔에서 자신이 떠난 직후 폭탄이 터졌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쿠데타는 실패하는 분위기다. 터키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MIT) 대변인은 “쿠데타 시도는 진압됐다"며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쿠데타에 동원된 군부 헬리콥터도 앙카라에서 터키 공군 F-16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앙카라와 이스탄불 곳곳은 여전히 통행금지가 걸린 채 불안한 분위기라 완전 진압을 단언할 수는 없는 상태다.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기구는 에르도안 대통령 정부를 지지하는 성명을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군부의 국정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터키가 조속히 평화롭게 민간 통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터키는 NATO의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터키 민주정부와 헌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도 터키 정부를 지지했다.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은 메블류트 차부숄루 터키 외무장관과 저화통화를 했다고 밝히고 터키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EU를 주도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민간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터키 정부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쿠데타로 인한 한국인 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터키로 입국하려던 우리 국민 30명이 현재 가이드와 안전하게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담당 영사를 파견해 보호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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