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년내 ‘無연료 전기비행기’ 시대 열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태양광 비행기로 첫 세계일주 완주 앞둔 피카르 회장 인터뷰

태양광 에너지로만 비행하는 ‘솔라 임펄스2’를 몰고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베르트랑 피카르 솔라 임펄스 회장이 15일 중간 기착지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국 언론 최초로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태양광 에너지로만 비행하는 ‘솔라 임펄스2’를 몰고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베르트랑 피카르 솔라 임펄스 회장이 15일 중간 기착지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국 언론 최초로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세계일주는 곧 끝나지만 우리의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기름 한 방울 없이 하늘을 나는 태양광 비행기를 타고 세계 최초로 세계일주에 나선 스위스 솔라 임펄스사의 베르트랑 피카르 회장(58)은 성공을 눈앞에 두고 한층 상기돼 있었다. 그는 태양광 에너지로만 비행하는 ‘솔라 임펄스2’ 세계일주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의 마지막 비행을 앞둔 15일 중간 기착지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솔라 임펄스2는 지난해 3월 9일 아부다비에서 동쪽으로 출발한 이래 16개 도시를 거치며 지구 한 바퀴를 돌기까지 카이로∼아부다비 구간만을 남겨 두고 있다. 당초 17일 아부다비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와 피카르 회장의 건강 문제로 잠정 연기됐다. 솔라 임펄스2는 카이로까지 4만347km를 509시간 29분 동안 평균 시속 75km로 날며 8개의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2002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1억 달러(약 1135억 원)가 넘는 연구개발비가 투입됐다.
○ “10년 안에 전기비행기 상용화”

“이집트에서 60년 전 할아버지 책을 여기서 보다니!”

피카르 회장은 카이로 국제공항 인근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라운지 책장에 꽂혀 있던 낡은 책을 꺼내 보여줬다. 그의 할아버지인 오귀스트 피카르 스위스 브뤼셀대 교수(1884∼1962)가 1954년 발표한 심해 잠수에 관한 책이었다. 피카르 교수는 1953년 직접 개발한 잠수기 바티스카프를 타고 심해 잠수 세계 신기록(해저 4176m)을 수립한 탐험가다. 1931년엔 밀폐된 기구를 타고 인류 최초로 성층권(고도 1만5781m)에 도달했다. 아버지 자크 피카르는 1960년 해저 1만911m를 내려가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에 최초로 도달한 사람이다.

삼대(三代)째 탐험가 피카르 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연료 없이 50명을 태우고 1000km를 날 수 있는 전기비행기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전기자동차를 만든 테슬라가 원래 인터넷 회사였던 것처럼 전기비행기도 항공기 비즈니스 바깥에 있는 이들에 의해 개발될 것”이라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전기비행기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솔라 임펄스 후원사 중에는 청정에너지와 무관해 보이는 기업도 있다.

“4대 스폰서인 솔베이(화학·플라스틱), 오메가(시계), ABB(전력), 쉰들러(엘리베이터) 모두 청정에너지를 미래 성장전략으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대 산유국인 UAE도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피카르 회장은 “에너지 비효율을 없애는 게 정체된 세계경제의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그리드 같은 에너지 효율 최적화 기술 시장이 ‘블루 오션’이라는 것이다.

솔라 임펄스는 태양광 에너지의 97%를 동력에 사용해 낭비율은 3%뿐이다. 그는 “지금 보편적으로 쓰이는 자동차 엔진은 연료의 73%가 손실되고 27%만 동력에 쓰인다. 이런 저효율을 개선하는 신기술이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해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의 일부를 품고 난다”

솔라 임펄스2는 피카르 회장과 앙드레 보르슈베르그 CEO가 번갈아가며 비행한다. 피카르 회장은 지난달 20∼23일 태양광 비행기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미국 뉴욕∼스페인 세비야 구간(6765km·71시간 8분)을 최고의 비행으로 꼽았다. 미국인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가 1927년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무착륙 단독 비행해 건넌 지 89년 만에 쓴 새로운 기록이다. 그는 “연료 없이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태양을 바라보면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며 “‘이건 미래가 아니라 현재야’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솔라 임펄스2는 기후 변화에 극히 민감한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5월 30일 중국 난징에서 미국 하와이로 가는 도중 기상 악화로 일본 나고야에 비상 회항했다. 지난해 6월 28일 나고야에서 하와이로 가면서 117시간 52분 동안 8924km를 무착륙 비행하는 기록을 썼지만 배터리 과열로 9개월여 동안 수리를 받아야 했다.

솔라 임펄스2는 한국 배터리업체인 코캄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피카르 회장은 “우리는 한국의 일부와 함께 날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웃었다. 그가 2014년 쓴 책 ‘인생의 고도를 바꿔라’는 한국어판으로도 출간됐다. 1999년 6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2006년 겨울올림픽 후보지인 스위스 대표단 일원으로 참가한 적도 있다. 당시 그는 1999년 3월 세계 최초로 열기구를 타고 무착륙 세계일주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그는 세계일주를 마친 후 계획에 대해 “청정에너지 관련 조직과 회사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국제위원회를 만들어 전 세계 국가와 기업에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고난 탐험가인 그에게 다른 모험에 대한 계획도 물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솔라 임펄스처럼 다음 모험도 기록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의미 깊은 메시지를 담는 모험이 될 겁니다.” 열기구와 태양광 비행기라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최초의 세계일주를 두 차례나 했지만 그는 여전히 모험에 굶주린 듯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태양광#전기비행기#무연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