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어 마이크 잡은 장남-막내딸… 트럼프 ‘가족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공식지명]공화당 全大… 지지연설 총출동

18일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막을 올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도널드 트럼프의 가족잔치로 치러지고 있다. 첫날 트럼프의 아내인 멜라니아(46)가 첫 메인 연사로 나서더니 둘째 날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9)와 막내딸 티퍼니(23)가 나와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그룹 부회장인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에게 불가능이라는 것은 단지 출발점일 뿐”이라며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아버지가 바꿨다”고 아버지의 치적을 내세웠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해선 “미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그는 50개 주와 워싱턴DC, 미국령 등 56개 지역의 대의원 확보 숫자를 최종 공개하는 점호투표(roll call)에서 아버지의 공화당 후보 확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트럼프를 1등으로 만들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아버지 축하합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패션모델이자 가수인 둘째 딸 티퍼니는 “아빠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꼭 그 진면목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아빠는 아주 친근하고 사려 깊고 재미있고 거짓이 없는 사람”이라며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트럼프의 둘째 아들 에릭(32)은 셋째 날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소개한다. 트럼프 자녀 중 가장 유명한 맏딸 이방카(35)는 ‘트럼프 대관식’의 정점이 될 대회 마지막 날(21일) 연단에 올라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아버지를 소개한다. 모델 출신 이방카는 트럼프그룹 개발 및 구매 담당 부회장이다. 이방카와 같은 직책을 맡고 있는 에릭은 불치병 어린이를 돕는 자선재단 ‘에릭트럼프재단’과 포도주 양조장도 운영한다.

트럼프는 3번의 결혼을 통해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1991년 이혼한 첫 아내인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67)와의 사이에 트럼프 주니어와 이방카, 에릭 3남매를 뒀다. 1999년 이혼한 여배우 출신 둘째 아내 말라 메이플스(52)와는 티퍼니를 낳았다. 현재 아내인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 사이에선 열 살 된 막내아들 배런이 있다. 트럼프의 장성한 자녀는 조지타운대를 졸업한 에릭을 제외하곤 모두 부친과 같은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동문이다.

티퍼니와 배런을 빼고는 모두 결혼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아내는 동갑내기 모델이자 배우 출신인 버네사다. 이방카의 남편은 동갑내기 유대인 부호(富豪)로 주간지 뉴욕옵서버 발행인인 재러드 쿠슈너. 둘째 아들 에릭의 아내는 그보다 한 살 연상인 라라다. 라라는 피트니스 트레이너 출신으로 CBS 시사프로그램인 ‘인사이드 에디션’의 조연출을 맡기도 했다.

트럼프는 경선 내내 훤칠한 키와 빼어난 외모를 갖춘 이들을 몰고 다니며 병풍처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의 이미지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주변엔 늘 성공의 향기가 풍긴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이 떳떳한 것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멜라니아의 아버지 빅토르 크나브스가 옛 유고슬라비아 공산당원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의 운전사를 하다가 공산당원이 된 뒤 직물공장 관리인으로 발탁됐다는 것이다. 멜라니아의 고향인 슬로베니아 인구 4500명의 소도시 세우니차 사람들은 크나브스가 벤츠 같은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늘 정장을 차려입는 허풍이 센 사람이라는 점에서 “멜라니아가 꼭 아버지 닮은 사람을 남편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크나브스(Knavs)라는 성은 영어로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란 뜻의 속어 ‘knaves’를 연상시킨다. 이 때문인지 멜라니아는 1992년 슬로베니아 유명 패션잡지의 ‘올해의 얼굴’ 콘테스트에서 2위를 하며 국제무대로 진출하면서 이름을 멜라니아 크나우스라는 독일식 이름으로 바꿨다.

또 멜라니아가 슬로베니아 수도인 류블라냐의 건축학교를 졸업했다고 주장했지만 17세에 모델로 발탁되면서 학교를 중퇴했다고 전했다. 학창 시절 멜라니아의 남자 친구였던 페테르 부톨른과의 인터뷰도 실었다. 그는 자신이 류블라냐에서 유일하게 푸른색 베스파(이탈리아의 유명 스쿠터)를 몰던 남자여서 멜라니아의 관심을 끌었지만 군대 간 사이 빨간색 베스파를 모는 자신의 친구랑 사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이방카, 에릭 셋 모두 성공한 사업가라지만 아버지 회사의 임원이라는 점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행운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들 대다수가 트럼프의 모교인 유펜 출신인 것도 졸업생 자녀에게 입학 특혜를 주는 레거시(legacy) 혜택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은 2010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야생동물을 마구잡이로 사냥한 사진이 공개돼 비난받기도 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트럼프#공화당#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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