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공식지명]
[오하이오 전당대회 둘째날/이승헌 특파원 현장 르포]
도널드 트럼프(70)가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19일(현지 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공화당 경선주자였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 당내 ‘빅 3’가 모두 연단에 나섰다. 세 사람 모두 지지 연설에 나섰지만 트럼프 지지 발언에는 온도차를 드러내 통합까지는 갈 길이 먼 공화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공화당 서열 1위인 라이언 의장은 시종 ‘전대 의장 자격으로 지지 발언은 하지만 트럼프 후보 등극을 100%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떨떠름한 태도였다.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유지해 온 그는 종교적 차별 논란을 빚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 등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보수주의는 그런 게 아니다”라며 공개 비판해 왔다.
라이언은 이날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발표한 뒤 10여 분의 연설에서 당의 대선 승리를 강조했지만 정작 주인공인 트럼프의 이름은 딱 두 차례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년 신년 국정연설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의회 연단에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라이언은 연설 내내 무미건조한 표정이었고 가끔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라이언의 밋밋한 연설에 맏딸 이방카 등 전대장 안에 있던 트럼프 가족들 표정도 밝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라이언은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다. 이는 (당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선 트럼프가 더 변해야 한다고 에둘러 압박했다.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크리스티 주지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범죄자로 몰아붙이며 트럼프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보여줬다. 그는 “힐러리는 국무장관으로 미 역사상 최악의 협상인 이란 핵협상을 주도하고, 잘못된 이라크 정책으로 ‘이슬람국가(IS)’의 창궐을 방조했다. 이는 모두 유죄”라고 주장했다. 전대장 밖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외치는 ‘힐러리를 감옥으로’ 구호에 딱 맞는 연설이었다.
CNN은 “한때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크리스티가 잠시 검사로 돌변해 트럼프에게 ‘이래도 내가 부통령감이 아니냐’라고 호소하듯 강렬한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변호사 출신인 크리스티는 뉴저지 주 검찰총장을 지냈으며 트럼프 정권에서 법무장관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원론적 수준의 지지에 그쳤던 매코널은 이날 “(경선을 치르면서) 트럼프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당내 중진인 세 사람은 트럼프 부상에 각기 다르게 대응해 온 당내 집단을 대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언 의장은 미 공화당 보수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아웃사이더’ 트럼프에게 거리감을 두는 주류 보수 진영을 상징한다. 매코널은 트럼프와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공화당의 권력 장악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중시하는 실용적인 부류를 대표한다. 크리스티는 민심 흐름을 빨리 읽고 일찍, 그리고 적극적으로 ‘권력게임’에 뛰어든 축이다.
공화당은 이날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트럼프를 당 대선 후보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는 이날 진행된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에서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1237명을 무난히 확보했다.
이로써 노예해방을 이뤄낸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을 낳은 160년 전통의 미국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으로 공식 탈바꿈했다. 트럼프는 전대 마지막 날인 21일 후보 수락 연설을 갖고 대관식을 마무리한다. 트럼프는 후보 지명 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생중계된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돼 자랑스럽다”며 “워싱턴에 진짜 변화와 리더십을 보여주고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겠다”고 사자후(獅子吼)를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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