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일(현지 시간)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상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소속 카티 피리 의원(네덜란드 노동당)이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리면서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고 서면질의한 데 대해 최근 이 같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당시 피리 의원이 인용한 미국의 인터넷매체 ‘바이스뉴스’는 “장비와 근무환경이 열악한 폴란드 조선소에서 북한 용접공들이 노예처럼 일하며 죽어나가고 있고, 95%가 화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금까지 폴란드 14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북한 노동당이 관리하고 월급도 전부 당의 통장으로 들어간다.
EU 집행위 마리안느 티센 고용·사회 담당 집행위원은 답변에서 “EU 기본권 헌장은 노예제와 강제노동,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법 위반이 있는지 당사국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리 의원은 “폴란드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EU 기금 중 약 7000만 달러(약 796억6000만 원)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돈이 북한 노동당으로 고스란히 들어갈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EU지역개발기금과 EU사회기금 사용은 활동과 정책, EU의 우선순위에 부합해야 한다”며 “법 위반일 경우 집행위는 전부 또는 일부 재정지원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뤼셀의 한 외교 소식통은 “EU는 올 1월까지만 해도 북한 노동자 강제노동 문제에 대해 ‘회원국들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는 식으로 회피했다. 태도가 확실히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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