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나흘 만인 20일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조치로 3개월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의 칙령이 법률과 같은 효과를 갖고 내각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대규모 반대파 숙청 규모가 6만 명에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TV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법치,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위협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내각제인 터키에서 대통령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쥐게 된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대파를 ‘암’과 ‘바이러스’로 규정하며 대규모 숙청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터키에선 공무원과 기자 등 1만여 명이 체포됐고 교사와 공무원 등 5만여 명이 해고 또는 직위해제됐다.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에르도안이 쿠데타를 빌미삼아 강력한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6시간 천하’로 끝난 쿠데타의 위험을 과장해 공포와 애국심을 자극했다. 다음 수순은 권력을 공고히 할 개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쿠데타가 절대권력을 강화시켜준 셈이 됐다. 터키 경찰은 이날부터 거리에 있는 국민의 휴대전화를 불시 검문할 권리를 갖게 돼 아무 때나 국민의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터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고,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리라화 가치도 폭락해 달러대비 리라화 환율이 21일 역대 최고치인 3.0973리라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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