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이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WTO는 재앙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아 그가 집권하면 본격적인 글로벌 무역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는 24일(현지 시간)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나와 “국외로 일자리를 가져가는 미국 기업의 제품에는 15∼35%의 세금을 매길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WTO와 재협상하거나 WTO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세금을 물리면 WTO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트럼프는 “재협상을 하거나 아니면 철수할 것”이라며 “WTO는 재앙이다”라고까지 주장했다. 트럼프가 WTO를 탈퇴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발언이 연일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의 ‘무역빗장 걸기’가 지난 1년 동안 이미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WTO가 공식 조정에 착수한 분쟁 건수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5일 WTO가 발간한 ‘2016년 세계무역통계 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7개월간 WTO 회원국 163개국 중 조사에 응한 70개국이 단행한 무역제한 조치는 154건으로 월평균 22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월평균 15건)보다 47% 증가한 것으로 2011년(월평균 23건) 이후 5년 만에 최대다. 무역제한 조치는 수출입 관세 신설이나 인상, 수입 금지, 복잡한 세관 절차, 수출입 세금 등을 포함한다. 반덤핑·상계 관세나 긴급 수입제한 조치 등 합법적인 무역방어 수단 외에 WTO가 자유무역을 방해한다고 판단한 정책이다.
경쟁국이 서로 무역 빗장을 걸면서 무역 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WTO 2016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WTO 산하 분쟁조정기구(DSB)가 지난해 회원국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신설한 패널(위원회)은 15개다. 이는 2003년(19개)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그만큼 분쟁이 많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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