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前직원, 장애인 시설에 침입… 무차별 살상… 19명 사망 25명 부상
자수한 뒤 “그놈들 해치웠다” 진술
26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東京)에서 서쪽으로 70km가량 떨어진 가나가와(神奈川) 현 사가미하라(相模原) 시의 산간마을 도로는 노란색 폴리스라인에 막혀 있었다. 테이프 너머로 보이는 회색 지붕 건물에서는 비릿한 피 냄새가 느껴졌다. 건물 정문에는 ‘쓰쿠이(津久井) 야마유리엔’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지적장애인 시설인 이곳에서 일본 전후(戰後) 최대의 참극이 벌어진 것은 이날 오전 2시 10분경. 용의자는 직원이었던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26)로 식칼을 포함한 흉기 3개를 가지고 여성 전용인 동쪽 주거동 1층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 입소자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고, 곳곳에서 ‘아악’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서쪽 주거동으로 옮겨 다시 칼부림을 벌인 용의자는 오전 3시경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일부 언론은 용의자가 자수하면서 “그놈들을 해치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밤중인 데다 중증장애인이 많아 피해 규모가 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19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교도통신은 “살인사건 피해자 수로는 전후 최대”라며 “부상자 가운데 4명은 의식불명 상태”라고 보도했다.
새벽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출동하면서 2000여 명이 사는 조용한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인근 잡화점에 있던 에노모토 야스요시(가本安好·96) 씨는 “오전 6시경 구급차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잠에서 깼다. 평생 이 마을에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장애인에게 원한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그는 경찰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찔렀다”고 밝혔다. 상처는 목 부위에 집중돼 강한 살의를 보여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용의자는 2012년 12월부터 이 시설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올 2월 직원에게 ‘중증장애인 대량 살인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시설 측이 경찰에 통보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소변과 혈액 검사 결과 대마초 성분이 검출됐지만 병원은 ‘증세가 완화됐다’며 3월 초 퇴원시켰다.
그는 또 올해 2월 중의원 의장 관저에 갖고 간 편지에서 사건이 일어난 시설을 포함해 여러 장애인 시설을 거론하며 수용 장애인 470명을 죽일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는 ‘중증장애인은 사람의 모양이지만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 사건 후 ‘세계가 평화로워지길. Beautiful Japan(아름다운 일본)!!!!!!’이라는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고 전했다.
해당 시설은 가나가와 현이 설치해 사회복지법인 가나가와 공동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사건 당시 149명이 머물고 있었다. 24시간 직원이 상주하며 이날도 총 9명의 직원과 경비원이 당직을 섰다. 하지만 이 중 1명이 오전 2시 45분경 경찰에 전화해 ‘칼을 든 남자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신고했을 뿐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진상 규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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