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親러 발언’ 논란
힐러리측 “스파이 활동 부추겨” 트럼프측 “e메일 문제 비꼰것”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27일 러시아를 향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e메일을 해킹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는 등 친(親)러시아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민주당전국위원회(DNC) e메일을 해킹하고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선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정치권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주 도럴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러시아,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다면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 계정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진) 3만 개의 e메일을 찾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 미국 대통령(버락 오바마)을 존중하지 않는다. 러시아가 정말 해킹을 했다면 그들이 우리를 얼마나 존중하지 않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또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 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명확한 답변을 피할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크림 반도 흡수를 이미 불법이라고 규정한 상태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후보 측은 “주요 정당 대선 후보가 다른 나라를 시켜 정치적 상대방에 대한 스파이 활동을 부추기는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단순 정치 문제가 아닌 국가안보 문제가 됐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민주당 전당대회 연사로 나선 리언 패네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사람이 적국에 대선에 개입하라며 해킹을 부추겼다”라며 “대선 후보가 이렇게 무책임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파장이 커지자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수습에 나섰다. 펜스는 이날 트럼프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만약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사실이라면 정부와 공화·민주 양당은 그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 매너포트 트럼프 선대위원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의 e메일 문제를 비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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