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탈레반의 공세에 맞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시점을 늦추기로 한 반면 중국은 탈레반 대표단을 베이징(北京)으로 초청해 회담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오랫동안 격전을 벌였던 아프간에서 미-중이 영향력 경쟁을 벌이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현지 시간) BBC 중문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대표단은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했다. 탈레반 고위 인사는 BBC에 “이번 방문은 중국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탈레반은 세계 여러 국가와 친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도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BBC는 이번 대표단을 탈레반의 정치 담당 아바스 스타나자이가 이끌었다고 전했고, 로이터 통신은 중국을 방문한 탈레반 대표들은 세르 무하마드 압바스와 물라 압바스라고 보도했다.
탈레반 대표단은 닷새 간의 방중 기간 중 중국 관리들과 만나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아프간에 대한 외부 세력의 침략과 아프간 인민에 대해 저지른 폭행 등에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나아가 중국 지도자들에게 “국제사회에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해 주고, 점령 세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는 탈레반 격퇴를 위해 남아있는 미군을 겨냥해 공동 전선을 펴자는 제안으로도 해석된다.
중국은 올해 1월 11일 시작한 아프간 평화 정착을 위한 4자조정위원회(QCC)에 미국 파키스탄, 아프간 정부와 함께 참여하면서 아프간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QCC는 5월 21일 탈레반 지도자 만수르가 파키스탄에서 미국 무인기(드론)에 의해 피살되면서 중단됐다.
미국이 올해로 15년째인 아프간 전쟁에서 발을 빼려다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올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을 동시에 접촉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하고 탈레반을 토벌하는 사이 중국은 아프간 문제에 개입하지 않거나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2012년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이후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중앙아시아로 가는 전략적 요충인 아프간이 내전 상태로 남아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적극 개입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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