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 국제공항과 남부 호치민(옛 사이공) 국제공항의 안내방송에서 느닷없이 “남중국해는 중국의 고유영토”라는 영어 음성이 수차례 흘러나왔다. 홍콩 밍(明)보가 31일 베트남 현지 언론 등을 인용해 중국의 해커가 사이버 공격을 통해 안내 방송을 바꿔 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밍 보는 “서투른 문법의 영어로 방송이 나왔다. 베트남과 필리핀이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하수인이라는 내용도 지속적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공항의 비행 안내 전광판에도 관련 정보가 지워지고 ‘남중국해는 중국의 영토’ 등의 내용이 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맨 위 칸에는 중국의 유명 해커 집단이었던 ‘1937CN’이라는 이름이 함께 표시됐다고 한다.
공항과 항공사 측은 일시적으로 공항의 인터넷 접속을 끊고 전산을 통한 탑승 업무를 중단했다. 마비된 업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등 혼란도 빚어졌다. 밍 보는 이날 베트남의 21개 공항이 수작업을 통해 탑승 업무를 진행했으나 출발과 도착이 지연되는 것과 같은 비행 운행 차질은 크지 않았다. 오후 몇 편만이 연발착하고 오후 6시경에는 정상 시스템이 회복됐다.
이날 중국 해커를 지칭하는 훙커(紅客)의 해킹의 여파로 일시적으로 수작업으로 탑승 수속을 한 공항은 21개에 이른다고 밍보는 전했다. 이같은 해킹 사태에 대해 ‘1937CN’ 설립자 유융파(劉永發) 씨는 밍 보 인터뷰에서 ”해킹을 인정하면 위법이고, 모든 증거가 우리를 향하고 있는데 부인할 수도 없다“며 ”사태 진전을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설립된 ‘1937CN’는 한 때 수천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금전적 이익이 아닌 애국을 명분으로 해킹에 나서기도 했으나 중국 외교에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와 조직적인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유 씨는 ”하지만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해킹)하는 것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필리핀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해양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대표적인 국가로 2014년에는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 중국의 해저 석유 굴착에 항의해 베트남에서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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