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에 반기’ 고이케 첫 女도쿄지사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낙천하자 독자 출마… 당선 확실… 방위상 이어 잇단 ‘女 최초’ 타이틀
고이케 도쿄지사 확실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가 여성 수장(首長) 시대를 맞게 됐다. 31일 치러진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방위상 경력을 가진 무소속의 여성 정치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4)가 경쟁 후보들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중요한 정치적 포스트인 도쿄 도지사 자리를 빼앗긴 아베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작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이날 오후 11시 41분 현재 개표가 90% 완료된 상황에서 고이케 후보는 45.1%의 득표율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섰다. 연립여당(자민·공명당)이 지지한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64) 후보는 27.8%, 4개 야당(민진·공산·사민·생활당) 단일 후보인 도리고에 괴타로(鳥越俊太郞·76) 후보는 20.9%에 그쳤다. NHK는 일찌감치 고이케 후보의 얼굴사진 옆에 당선이 확실하다는 의미의 ‘확(確)’자를 표시했으나 개표가 80%대 중반을 지나면서 당선 마크를 붙였다.

NHK는 앞서 이날 오후 8시 투표 마감 직후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이케 후보가 5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자금 유용 의혹 등으로 사임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지사의 후임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역대 도쿄 도지사 선거 사상 최대인 21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집권 자민당 내 비주류에 속했던 고이케 당선자는 당이 마스다 후보를 공천하기로 하자 독자 출마를 선언하고 탈당했다.
 

 

▼ “한국, 독도 불법 점거” 망언… 제2한국학교 백지화 주장 ▼

그는 선거 과정에서 “일본이 안고 있는 다양한 이슈에 남성의 시선이 다수 반영돼 있다”며 “육아나 방문간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의 창의력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사상 첫 여성 도쿄 도지사가 된 고이케 당선자는 아베 신조 1차 내각 때인 2007년 첫 여성 방위상을 지낸 데 이어 두 번째로 굵직한 ‘여성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독자 노선으로 비록 미운털이 박혔지만 그의 정치적 입장이 아베 정권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그는 2011년 “한국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2014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는 전임 마스조에 전 지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약속한 도쿄 제2한국학교 부지 임대 문제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당선된다면 백지화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참의원 1선, 중의원 8선 이력을 지닌 고이케 당선자는 효고(兵庫) 현 출신으로 이집트의 카이로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방송 캐스터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1992년 7월에 일본신당 참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여야를 오가며 다섯 번이나 당을 옮겨 다녀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도지사#고이케#도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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