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슬림 전사자 부모 비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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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서 미군 부친의 비난 반박하다 “그의 아내는 허락 못받아 말도 못해”
이슬람교 남성 중심 문화 건드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비난한 미군 전사자의 아버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다가 무슬림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

2004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전사한 후마윤 칸 대위의 아버지 키즈르 칸 씨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대 연설에서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며 “억만장자 기업인은 아무것도, 누구도 희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박수를 받았다. 무슬림인 그는 당시 연설에서 “트럼프는 끊임없이 무슬림과 다른 소수자를 비방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며 “내가 가진 미국 헌법 복사본을 빌려줄 테니 ‘자유’와 ‘법 앞의 평등한 보호’라고 쓰여 있는 부분을 찾아보라”며 상의 속주머니에서 헌법 조문이 적힌 책자를 꺼내 보였다.

단단히 화가 난 트럼프는 31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칸 씨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원고를 누가 써줬나? 힐러리 캠프가 써 준 내용인가?”라고 반문한 뒤 “나는 매우 많은 희생을 치러 왔고 매우 열심히 일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훌륭한 건축물들을 지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도를 넘어섰다. 그는 칸 씨에 대해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면서도 “그의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말을 할 수 있도록 허락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순식간에 무슬림 비하 논란을 촉발했다. 남편과 함께 연단에 선 가잘라 칸 씨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하는 이슬람교의 남성 중심 문화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부각했다(뉴욕타임스)는 것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무슬림#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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