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엘리베이터서 자신 구해준 소방서 측 비난…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17시 24분


이 정도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CNN 등 미 언론들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괴팍한 기질을 보여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사건은 이렇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유세를 위해 방문한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마이닝 익스프레스 호텔’에서 나오려다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그 안에 수행원들과 갇혔다. 여러 번 버튼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자 한 수행원이 911에 전화를 했고, 곧 인근 소방서 구급요원들이 출동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윗덮개를 열고 사다리를 내려 한 사람씩 구조했으며 트럼프도 사다리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구조 작업은 1시간 정도 걸렸다.

트럼프는 예정보다 늦게 유세장인 콜로라도대로 갔다. 그런데 연단에 서자마자 방금 자신을 구해 준 소방서 관계자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소방서 측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유세장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한 점을 문제 삼은 것.

트럼프는 불쾌한 표정으로 “지금 유세장 밖에 몇 천 명의 지지자들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서 있다. 소방서 측이 단지 안전 상의 이유로 들여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의 시스템이 고장났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소방서 관계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사람들 아닌가 싶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정말 미국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막말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그 이전에도 애리조나 주 피닉스 등에서 유세를 하던 중 비슷한 이유로 소방 공무원들을 비난한 바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 소방서 관계자는 “트럼프 측에서 너무 많은 입장권을 발부했다. 그래서 막은 것이다. 사람들이 법규를 지키는 것을 거북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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