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伊등서 합동미사-추모식… ‘증오 대신 사랑’ 메시지 함께 나눠
교황 “이슬람 폭력집단 취급 부당”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모델이 됐던 후기 고딕 양식의 걸작 프랑스 루앙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한 주일 미사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미사는 이곳에서 불과 8km 떨어진 생테티엔뒤루브레 성당에서 지난주 무슬림 테러범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자크 아멜 신부를 추모하는 특별미사로 진행됐다. 미사에는 가톨릭 신자 2000여 명 외에도 무슬림 신자 100여 명이 함께했다. 그들은 ‘모두에게 증오 대신 사랑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종교 간 화합을 강조했다.
미사를 집전한 도미니크 르브룅 대주교는 “오늘 아침 우리는 이곳을 찾아 준 무슬림 친구들에게 특별한 환영 인사를 전한다”며 “신의 이름으로 죽음과 폭력을 거부한다는 것을 확인해준 이번 방문을 모든 가톨릭 신자의 이름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신도와 서로 손을 잡거나 입맞춤하는 ‘평화의 인사’ 시간은 이날 미사의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루앙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도 이날 열린 가톨릭 미사에 이슬람 교인들이 참석해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함께 전파했다. 최근 잇달아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슬림 극단주의 테러와 무슬림 이민자 출신의 범죄가 ‘종교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프랑스 무슬림신앙위원회는 “우리 기독교 형제들에게 프랑스 내 무슬림들의 연대와 연민을 표현하기 위해 주일 미사에 가까운 교회들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리 모스크의 이맘(이슬람 성직자)이자 프랑스 무슬림신앙위원회 회장 달릴 부바쾨르는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인 파리 노트르담 성당 미사에 참석했다. 중부 지역인 리옹에서는 무슬림신앙위원회와 가톨릭 단체가 합동으로 ‘형제애 행진’에 나섰고 남서부 보르도에서도 400여 명의 무슬림 신도와 가톨릭 신도가 함께 기도와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같은 날 독일 뮌헨 성모교회에서 열린 쇼핑몰 총기 난사 희생자 추모식에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대교, 이슬람 신도와 함께 참석했다. 리하르트 막스 추기경은 “불신과 공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마 밀라노 시칠리아 팔레르모 나폴리 등 이탈리아 곳곳에서도 가톨릭과 무슬림의 합동 미사가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폴란드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이슬람과 폭력을 동일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거의 모든 종교에는 항상 소수의 근본주의자 집단이 존재한다. 우리(가톨릭교)도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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