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이라크 참전 전사자인 후마윤 칸의 부모와 벌이는 설전이 당내에서 심각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심지어 “당보다 국가를 생각하자. 공화당의 정신과 배치되는 후보(트럼프)의 패배를 감수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2008년 대선 후보였던 베트남전 참전용사 존 매케인 상원의원(80·애리조나·사진)은 1일 공식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최근 며칠간 미군 전사자 부모를 헐뜯는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질타했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해 트럼프가 “전쟁 포로가 왜 전쟁 영웅이냐”며 자신을 조롱할 때도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5월 트럼프의 경선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트럼프는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CNN은 “그랬던 그가 트럼프 비난 대열에 처음 가세한 것은 ‘공화당의 핵심 가치와 배치되는 후보의 패배를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풀이했다.
매케인 의원 가족은 트럼프 비판에 더욱 노골적이다. 칼럼니스트인 큰딸 메건(32)은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참전 사망 군인의 부모를 공격하고 전쟁 포로를 조롱한 야만인”이라고 비난했다. 손녀인 캐럴라인(28)은 지난달 29일 블로그를 통해 “여성혐오주의자이고 인종차별주의자인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뽑은 공화당은 나를 배신했다. 공화당에 대한 충성심은 결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능가할 수 없다”고 밝히며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은 “미 의회의 첫 번째 의무는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하는 것”이라며 헌법 소책자를 든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핵심 참모인 샐리 브래드쇼도 1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혐오스러운 발언을 보며 그의 무원칙과 공화당 정신 결여를 확인하고 탈당을 결심했다”며 “당보다 나라를 생각해야 할 때다. 트럼프 대신 클린턴을 찍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상이군인회(DAV)’ 연례행사에 참석해 “그 누구도 ‘골드스타 패밀리’(미군 전사자 가족모임)만큼 우리의 자유와 안보를 위해 이바지한 사람은 없다. 이들 앞에서 겸손해져야 한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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