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부모 비하발언 거센 역풍
크리스티 등 측근들도 비판 나서… 트럼프 “오바마, 실패한 대통령” 반격
공화 지도부도 공격 ‘좌충우돌’
이라크전 참전 전몰 용사의 부모를 비하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공화당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가 ‘골드스타 패밀리스(Gold Star families·미군 전사자 가족모임)’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 유럽·중동·아시아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없는 것 등은 그가 한심스러울 정도로 나라를 이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복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왜 여전히 그를 지지하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에 대한 비판은 캠프 내부에서도 나왔다. 집권 때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몰 용사의 부모인 칸 부부 입장에선 아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고통은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논란을 끝낼 것을 종용했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오랜 참모였던 마리아 코멜라 씨도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며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폴 매너포트 또한 현 상황에 대해 “(유세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캠프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대응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은 세상을 불안정하게 하고, 덜 안전한 곳으로 만든 외교정책을 창안한 실패한 지도자”라며 “대통령에 부적합한 사람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역시 똑같이 부적합하다”고 맞받았다.
트럼프는 또 이날 버지니아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무슬림 부모 비하 논란이 번지는 데)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로 자신을 공격하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주류 지도부를 공격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1월 대선과 함께 상원의원 선거를 치르는 매케인 의원에 대해 “(상원의원) 경선에서 매케인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