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뤄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개각을 계기로 ‘포스트 아베’ 3명의 각기 다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자민당 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포스트 아베’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다. 각자 자민당 내에 자기 파벌을 갖고 있다. 기시다가 아베 정권의 계승자로 거론되는 반면 이시바는 아베 정권의 대항마로 불려왔다. 아베 총리는 이들을 자신의 내각에 묶어두고 세를 키우지 못하게 견제하는 전략을 써왔다. 이번 개각에서도 두 사람 모두에게 각료 자리를 제안했으나 기시다는 수용한 반면 이시바는 독자 행보에 나섰다.
이시바 전 지방창생상은 2012년 아베 총리의 재집권 직전 자민당총재 선거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전력이 있다. 내각을 떠나기로 한 뒤 그는 “언제가 될지 몰라도 정권이 바뀌는 때는 온다. 그때 무엇을 내놓을지 준비하는 것도 자민당 의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당내의 ‘반(反)아베’ 세력 결집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베 총리는 이런 그에게 자민당 내에 아무 자리도 주지 않았다.
기시다 외무상은 히로시마(廣島)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킨 공로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부터 그가 회장인 기시다파에서는 “일은 기시다가 다 하고 생색은 아베 총리가 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은 일찌감치 “아베 총리와의 대립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베 진영에서 멸사봉공(滅私奉公)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3일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 얘기가 나오자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여 속내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가 ‘차기 총리감’이라고 띄우면서 단계마다 요직을 맡겨 업그레이드 시켜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신임 방위상도 입각을 계기로 슬그머니 ‘포스트 아베’에 합류했다. 우익적인 신조가 워낙 강해 정부 여당에서도 걱정을 일으키는 ‘폭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날 취임 회견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의향을 묻는 질문에 “마음의 문제”라며 “간다, 안 간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이나다 방위상의 경우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언론 평가가 쏟아져 당분간 조심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행보를 통해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의도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이시바 의원에 대해서는 힘을 쓸 수 없도록 잘라내고 기시다 외무상은 중책을 맡겨 견제한다. 이나다 방위상에게 ‘벼락치기 총리수업’을 시키는 것은 그릇이 되지 않는 후보를 밀어줘 후진을 키우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실제로는 자신이 장기 집권을 하겠다는 속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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