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오바마의 늦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처복을 타고났나 보다. 부인 미셸 여사가 민주당 전당대회의 명연설과 더불어 노래로도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달 20일 CBS에서 빈곤층 여학생 교육 지원을 위해 ‘내 딸들을 위한 노래’를 부르자 음원 판매량이 1562% 폭등했다.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도 무려 3740만 건을 넘어섰다.

▷퍼스트레이디의 높은 인기는 패션업계에서 이른바 ‘미셸 오바마 효과’란 말로 입증됐다. 뉴욕대(NYU)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미셸이 입은 옷 189벌을 만든 의류회사들의 주가 분석 결과, 3800만 달러의 주가 상승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의 자식농사도 성공적이다. 큰딸은 내년 하버드대 진학을 앞두고 있다. 명문 사립고에 다니는 둘째 딸은 방학을 맞아 식당 알바를 시작했다. ‘최대한 평범한 삶을 살도록 하겠다’는 부모의 교육철학에 따라 ‘겸손한 금수저’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4일은 오바마의 55번째 생일날. 어제 그가 백악관의 주인으로 보내는 마지막 생일파티가 열렸다. 가수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 스티비 원더 등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축하했다. 이날 최고의 생일선물은 CNN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국정수행 지지도가 54%로 치솟으면서 두 번째 임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가 격정적인 찬조연설을 펼친 민주당 전당대회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임덕을 걱정할 임기 말년에 한창 때보다 높은 지지율이 나왔으니 늦복이 터진 셈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9년 전과 현재 사진을 나란히 게재해 오바마의 변화를 실감 나게 했다. 두 차례 임기를 거치면서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고 주름살이 늘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가 오롯이 새겨진 얼굴이라서 관록과 품격도 더욱 짙게 묻어났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임기 중반이면 급격한 레임덕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개인의 문제를 떠나 흔들리는 국정은 국가적으로나 국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임기가 거의 끝날 무렵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는 행복한 대통령과 그런 지도자를 가진 국민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버락 오바마#퍼스트레이디#미셸 오바마#cnn 여론조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