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독일 독주?… 좌파정치 연대로 메르켈 정부와 균형 이룰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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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 佛 국제관계전략연구소 소장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장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미래에 대해 “통합에 걸림돌이 돼 온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면 장기적으로는 통합을 강조한 프랑스식 비전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장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미래에 대해 “통합에 걸림돌이 돼 온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면 장기적으로는 통합을 강조한 프랑스식 비전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이 탈퇴하고 나면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이 독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꼭 옳지는 않습니다. 유럽 내 좌파 정치 세력이 커지면서 독일 보수정부와 균형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60)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유럽의 정치 지형을 이렇게 전망했다. 보니파스 소장은 “같은 보수 정당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긴축재정’이라는 경제적 비전을 공유해 왔다”며 “영국의 EU 탈퇴 이후 사회당 정부인 프랑스, 민주당 출신의 이탈리아 정부가 독일 사회민주주의 세력과 연대해 유럽의 긴축재정 기조를 끝내고 EU 경제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의 주장은 독일-영국-프랑스로 이어지는 EU 삼각편대에서 영국이 빠져나가면서 독일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과 다른 것이다. 영국 대신 삼각편대로 들어온 이탈리아의 정치적 경제적 비중이 영국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게 ‘독일 독주론’의 근거였다.

보니파스 소장은 브렉시트가 단기적으로는 유럽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 통합에 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유럽 통합은 그동안 두 가지 비전이 맞붙어 왔다”고 말했다. 유럽 단일시장의 측면만 바라보려던 영국의 비전과 세계 정치적인 흐름까지 고려해 광범위한 통합을 강조해 온 프랑스의 비전이 그것이다. 그는 “그동안 유럽 통합 과정의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던 영국이 EU를 떠나 장기적으로 프랑스식 비전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보 측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건재하고 테러 방지를 위한 다양한 협의체가 마련된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영국의 EU 탈퇴 협상은 험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보니파스 소장은 “영국은 EU 단일시장은 이용하면서 이민자는 제한하고 싶어 한다”며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요구하는 셈인데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온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거짓말이 곧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유럽 지도자들은 영국에 선물을 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EU 탈퇴론과 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각국 극우 정당을 향해서는 “EU에 적대적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당장은 브렉시트가 그들에게는 좋은 뉴스이고, 여론이 따라오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갈수록 극우 정당이 말한 미래가 전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EU를 향해서도 “발칸 반도를 비롯해 EU 확대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면서 여론 관리에 실패한 점은 짚어 봐야 할 대목”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터키의 EU 가입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로 민주주의에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이미 동력이 떨어져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eu 탈퇴론#북대서양조약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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